부정부패와 싸우는 크리스천들... “물맷돌 던질 수 있어야”

기윤실 ‘네, 또 부정부패입니다’ 포럼

교회 밖 사립유치원 비리부터 교회 안 목회자 세습 문제까지.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크리스천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활 속 부정부패에서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행동해야 할까.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열린 기윤실 부정부패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 공동대표는 지난 10월부터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제공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크리스천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백종국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네, 또 부정부패입니다’ 포럼을 개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거성 전 한국투명성기구(IT) 회장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부정부패 사건들이 정책포획형 부패라고 진단했다. 김 전 회장은 “정책포획은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이 영향력을 행사해 부당한 이권을 누리는 형태를 말한다”며 “특정한 기득권 집단의 이득을 위해 만들어지는 부패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정책포획 사례로는 법조계 내 전관예우 관행과 경전철과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된 ‘민자 인프라 사업 비리’를 꼽았다.

김 전 회장은 교회 내에도 부정부패와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존재한다고 봤다. 그는 “일부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물질숭배의 유혹에 빠진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며 “부패로 번 물질조차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선전하는 경우가 만연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가 부패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맞서 싸우기 전에 먼저 신앙의 본질로부터 이탈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서울 옴부즈만 위원은 크리스천들의 부패에 대한 인식이 일반국민보다 높은 수준인지를 되물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 위원은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교회의 목회자 자녀세습이나 기독교 가치를 표방하는 기업의 불성실한 노사교섭태도 등은 이미 이슈화됐다”며 “‘우리는 뇌물을 받지 않는다’ 정도의 부패 인식은 윤리와 사회적 책임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겪었던 일을 청중에게 털어놨다. 조 공동대표는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는 ‘정치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하나님의 정치’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공동대표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겪으며 크리스천들이 사회적이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행동으로 실천하는데 망설이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는 “기도회나 포럼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는 크리스천은 많지만 정작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크리스천들이 세상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기 위해서는 구조적 부정부패에 ‘잘못됐다’는 물맷돌을 던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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