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7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두 사건 모두 형이 확정될 경우 우 전 수석은 총 징역 4년을 복역해야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은 이날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으로서 가진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이용했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게 이뤄지도록 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자신을 감찰하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부 비판적인 성향을 가진 교육감들의 개인적 약점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정부 비판 단체 현황, 문화예술계 지원기관들의 블랙리스트 운영 현황 등을 사찰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또 총선 출마 예정인 전직 도지사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비위를 사찰케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특감을 사찰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추 전 국장으로부터 국정원 직원이 수집한 정보를 보고 받아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 측이 “일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이 특감에 대한 정보수집은 일상적 정보수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한 목적에서 이뤄진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교육감들에 관한 정보 수집을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법령으로 규정되는 지방교육자치제도를 침해했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또 “민정수석에게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비위와 동향을 파악하는 직무상 권한만 있을 뿐이고 선출직인 교육감에 대한 비위 수집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영 현황 보고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문체부 장관 외에 민정수석에게 국정원을 통해 관련 기관 임원들의 복무 동향 등을 점검·감독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률전문가로서 문화예술계를 차별 지원하는 것이 법률상 정당한지, 자신의 지시가 부당한지를 판단할 능력이 있었다”고 질타했다.

다만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사업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문체부 공무원들을 ‘찍어내기’ 위해 비위를 사찰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찰 혐의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