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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적용 대상 ‘여성’으로 좁힌 이유

표창원 “‘양성폭력’ 적시할 경우 법안 의미 사라질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미투 1호 법안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가운데, 최종안이 당초 발의 취지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대표 발의해 약 10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여성폭력을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여성폭력인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의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2차 피해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적시한 최초의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사후 피해, 집단 따돌림, 사용자로부터의 불이익 조치 등으로 규정했다. 법 시행은 공포 후 1년으로 2019년 말이나 2020년 초쯤으로 예상된다.

‘여성폭력’ 정의하는 데만 두 달

최종안을 살펴보면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의했다. 정춘숙 의원은 이 부분이 변경된 것을 가장 아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원안에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명시했다.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 여성이라고 한정짓지 않고 광범위한 개념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여성이 추가되면서 되레 논란의 소지가 생겼다.

실제로 법제사법위원회 측은 법안명에 들어간 ‘여성폭력’ 부분을 8월과 9월 두 달에 걸쳐 가장 심도있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폭력방지법’ ‘양성폭력방지기본법’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젠더폭력’라는 학술용어를 그대로 법안명에 쓰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동의를 얻지 못했다. 결국 대체 용어를 찾지 못하고 법안명을 그대로 둔 채 9월 중순 법안을 넘겼다. 법사위 측은 “여성폭력이라는 용어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젠더’라는 표현이 보편화된 개념이 아니고 피해자 다수가 여성이어서 여성폭력이라는 용어가 상징적인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적용 대상 남·녀 모두라면 의미 퇴색”

해당 법안이 여성만을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개별법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성별로 특정한 것은 유례가 없다”고 밝히면서 “광범위한 성폭력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성폭력 등 방지 기본법’으로 수정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대다수 의원들은 법 적용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지 않을 경우 당초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여가부의 부정적인 입장에 대해 주광덕 의원은 “남성 피해자를 여가부에서 다 보호하려고 욕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결국 법사위는 여성폭력을 ‘여성에 대해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좁혀 의결했다.

계속되는 논란…

이밖에도 여성단체는 의무조항이 임의조항 변경되는 등 원안이 후퇴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남성 측은 “우리가 오히려 차별하는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의원이 처음 발의한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명시돼있으나 최종안에는 ‘수립·시행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여성폭력 예방교육을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성평등’이 ‘양성평등’으로 수정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6일 성명을 내고 “피해자 지원에 대한 의무조항인 ‘해야 한다’가 임의조항인 ‘할 수 있다’로 바뀌고 여성폭력 예방교육도 임의조항으로 바꿔버렸다”며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고 피해자 범위를 축소하려 시도한 것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여가부는 “기존의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여성 지원 법률도 ‘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이지만 실제 지원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어 지원대상이 실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남성 측 반발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자는 해당 법안을 언급하면서 “남성에 대한 폭력, 성희롱 등을 법안에서 아예 제외하고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했다”며 “이 법을 폐기하고 ‘모든 국민을 성별에 관계없이 똑같이 보호하는 성평등한 법’으로 다시 제정해달라”고 적었다.

또 트랜스젠더 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은 성명에서 트렌스젠더는 제외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권과 관련된 법률은 그 어느 법안보다 더욱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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