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를 나서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늦게 열리는 불신임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취임 2년 5개월여만에 총리직과 당 대표직을 내려놓게 된다. AP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해 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리 취임 2년 5개월여 만에 총리직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영국 의회는 12일(현지시간) 오후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열기로 했다.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가 메이 총리가 주도하는 브렉시트 협상안에 반발해 반기를 든 것이다.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을 관할하는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은 당 대표인 메이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 요구 주장이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보수당 당규에 따라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5석)의 15%인 48명 이상이 브래디 의장에게 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한 것이다. 불신임투표를 주도한 브렉시트 강경파 유럽리서치그룹(ERG)의 제이콥 리스 모그 의원은 “이것은 통치가 아니다”며 “총리는 통치를 제대로 하거나 아예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신임투표는 단순 다수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이 총리가 투표에서 신임 의견 158표를 얻으면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1년 내에는 메이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다시 할 수 없다. 반면 신임 의견이 157표 이하일 경우 총리직과 당 대표직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1922 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투표한 후 오후 9시에 결과를 발표한다. 메이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패배하면 하원의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후보들 중에 새 대표를 선출한다. 또한 다수당인 보수당 대표로 선출되면 자동으로 총리직을 승계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리직을 잃을 경우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보리스 존슨(왼쪽부터) 전 외무장관과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 담당 장관의 모습. AP뉴시스


메이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임 총리로 거론된다. 영국 베팅업체 스카이 베트에 따르면 메이 총리 낙마 후 열릴 당내 경선에서 존슨 장관이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는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 담당 장관이었다. 두 사람은 브렉시트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이 총리가 될 경우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모두 포기하고 완전히 결별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등 현 정부 인사들도 유력한 총리 후보로 지목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불신임 투표에서 메이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메이 총리는 전날 브렉시트 협상안 하원 비준 표결을 연기하며 궁지에 몰렸다. 비준 표결에서 패배할 것이 유력해지자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 화근이 됐다. 표결을 미루고 EU와 재협상할 계획이었지만 이번에는 EU가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보수당내 브렉시트 강경파 주도로 불신임 위기에 내몰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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