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일곱 살 소녀는 늘 바깥에서 용변을 봐야 했다. 집에 화장실이 없어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용변을 보는 자신을 볼 때마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소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선 “밖에서 용변을 보면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가르쳤다.

소녀는 아빠에게 화장실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아빠는 딸이 반에서 1등을 하면 소원을 반드시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빠는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 화장실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화가 난 소녀는 가까운 경찰서로 달려갔다. 약속을 어긴 아빠를 체포해달라는 게 소녀의 주장이었다.

인도의 일곱 살 소녀가 화장실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빠를 경찰에 신고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남부의 타밀 나두 지역에 사는 소녀 하니파 자라는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 “줄곧 반에서 1등을 했는데도 아빠는 늘 만들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이건 아빠가 사기를 친 거다. 아빠를 체포해달라”고 썼다. 하니파는 “체포하지 않을 거면 아빠가 화장실을 만들어주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하니파의 당돌함에 경찰도 놀랐다. 하니파는 자신이 받은 상장과 트로피를 잔뜩 가져와 경찰관에게 보여준 뒤 “화장실 만들어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경찰서로 불려온 하니파의 아빠는 딸의 이런 간절함을 미처 몰랐다며 미안해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지방자치단체가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시에서는 하니파 가족에게 화장실을 지어주고, 하니파를 화장실 만들기 캠페인 모델로 쓰기로 했다. 열흘간 아빠와 말도 하지 않았던 하니파는 경찰서에서 아빠와 화해의 악수를 나누고,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도에선 카스트제도 때문에 화장실 대신 오픈된 공간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이들이 많다. 청소를 천한 신분의 일로 여겨 화장실 청소를 꺼리기 때문이다. 시골 지역의 89%가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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