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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던 두 아이를 둔 40대 IT개발자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했다. 피해자의 동생은 “오빠의 죽음으로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전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느 IT개발자의 죽음’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10일 오후 6시30분쯤 산업은행 별관 2층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40대 신모씨의 이야기였다. 그는 산업은행 프로젝트 외주 개발사 차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자에 따르면 신씨 사망 추정 시간은 오후 1시30분쯤이다. 누구도 그가 점심을 먹고 돌아온 직후 화장실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동료들은 야근을 앞두고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신씨를 찾다가 화장실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 시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당시 주검은 이미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두 아이의 아빠였다. 평소 지병이 있어 약을 복용하던 상태이긴 했지만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청원자는 “난 궁금한 것이 생겼다. 고인의 죽음은 프로젝트 중에 개인적으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것인가, 아니면 업무시간에 일을 하다 발생한 산업재해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난 몇번의 은행 프로젝트를 경험했고 그 중에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람과 죽음에 이른 사람들을 보고 들어왔다”며 “쫓기고 쫓기는 중압감은 상상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수행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발자들을 쥐어짠다. 수행사의 수익은 개발자들을 쥐어짠 결과물이다. 개발자들은 스트레스에 공황장애, 뇌졸중, 심근경색 등 항상 위험에 놓여있다. 과연 개인의 죽음일 뿐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해당 프로젝트의 경우 정규직만 들어올 수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고도 말했다. 최저임금으로 정규직화하는 방식으로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고용이 이뤄졌지만, 하청업체는 인력 소개소일뿐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이 변한들 아직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이번 죽음은 우리 개발자들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다. 누구도 우리의 죽음에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왜 근로 사각지대에 서있어도 되는 것인가. 나이 마흔에 작고한 신 차장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1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산업은행 측은 “아직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신씨의 친척동생이라고 밝힌 이가 심경글을 올렸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티니에는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소중한 친척오빠의 일이다. 많이 도와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를 남겼다.

그는 “많은 이에게 알려져 진상규명이 되고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5살, 7살 두 아들을 둔 이제 마흔 살인 한 가정의 가장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오늘 발인했다”고 적었다.

이어 “너무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오빠는 산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많은 IT종사자들이 이런 고충을 갖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빠의 죽음으로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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