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직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맞았다”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겨 올림픽 1500m 경기 중 의식을 잃고 넘어졌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 폭행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때문에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쇼트트랙 1500m 예선 경기에서 넘어진 장면이 담긴 영상이 재조명 되고 있다.



심 선수는 2월17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예선 1조에서 2분39초984로 6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에 통과했다. 1500m 세계랭킹 2위였던 심 선수는 최민정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네 바퀴를 돈 시점에서 넘어지면서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심 선수는 빠르게 일어나 따라가려 했지만 이미 반 바퀴 이상 벌어진 격차를 극복하긴 어려웠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1500m 은메달리스트였던 심 선수는 이날 최하위를 기록하며 허무하게 탈락했다. 경기 직후 심 선수는 믹스트존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인터뷰를 거절한 채 아무 말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10개월이 지난 17일 심 선수는 법정에서야 당시 자신이 왜 넘어졌는지 밝혔다. 그는 “평창올림픽 20일 남겨 둔 상황에서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겨 올림픽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고 폭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심 선수는 “그동안 피고인과 마주쳐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서지 못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며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으로 약물 치료를 하고 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당한 끔찍한 폭행들을 증언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 뼈가 부러졌다. 중학교 진학 후부터는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고 한 심 선수는 “밀폐된 곳으로 끌고 들어가 무자비하게 폭행 당했다. 다른 선수들도 고막이 찢어지는 등의 상해를 입을 정도로 맞았다. 선수생활을 그만둔 선수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코치는 “심 선수의 상처가 깊어 참담하다. 모두 내 책임이다”면서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로 때린 적은 없다.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란 나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알려진 것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1월 중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1월17일 진천선수촌을 방문했는데 이때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인 심 선수가 불참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심 선수가 전날 조 전 코치에게 폭행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심 선수는 공판을 앞두고 탄원서를 통해 조 전 코치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을 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탄원서엔 조 전 코치가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자신의 스케이트 날을 평소와 다르게 조정해 경기력을 떨어뜨리거나 경기를 앞두고 폭행해 제대로 성적을 낼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조 전 코치의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4일에 예정돼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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