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부경찰서는 24일 부산중학교 1학년생 김준우, 부산서중학교 1학년생 김양현·전민서 등 3명이 현금 280만원을 담은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뉴시스

길을 걷다 우연히 주운 지갑. 열어보니 5만원권 수십장이 들어있다면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짧은 순간이나마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겁니다. 이 학생들은 달랐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갖기 힘든 큰돈을 주웠지만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양심의 온기가 노숙자 신세로 바뀔 뻔했던 노인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부산서중학교 1학년생 김양현‧전민서, 부산중학교 1학년생 김준우 군은 23일 낮 12시쯤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 은행 앞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길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죠.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 5만원권이 가득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큰돈에 학생들은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갖고 싶다는 욕심보다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학생들은 곧바로 112에 “지갑을 주웠다”고 신고했습니다. 안내에 따라 인근 자성대 파출소를 찾았습니다. 학생들은 “지갑 안에 현금이 너무 많습니다. 주인을 꼭 찾아주세요”라며 경찰관에게 지갑을 내밀었습니다.

지갑 안에는 5만원권 56장, 총 280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경찰은 수소문에 성공한 지갑 주인에게 연락했습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24일 부산중학교 1학년 김준우, 부산서중학교 1학년 김양현·전민서 등 학생 3명이 현금 280만원이 들어있던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준우, 김양현, 전민서군. 뉴시스

한 걸음에 파출소로 달려온 사람은 69세 노인 A씨였습니다. A씨는 인근의 주택재개발 지역에 살던 주민이었죠. A씨가 잃어버린 돈은 재개발 이주비였습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한 돈이었고, 전 재산이었습니다.

A씨는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추운 겨울 노숙자 생활을 할 뻔했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A씨는 학생들에게 사례를 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은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학생들은 “양심을 속이기 싫었을 뿐”이라며 “그 돈으로 따듯한 겨울 보내시라”고 말한 후 파출소를 떠났습니다.

학생들이 A씨에게 돌려준 것은 단순 돈이 아닌 살아갈 희망이었습니다.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한 세 학생은 26일 부산 동부경찰서에서 경찰서장 명의의 감사장을 받을 예정입니다.

‘내 것이 아닌 물건은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아마도 우리 모두의 양심 속에 있는 말일 겁니다. 그러나 어른들도 이 양심의 목소리에 따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길에 떨어진 돈을 보면 ‘이게 웬 횡재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 세 학생의 선행 소식이 더욱 반갑습니다. 어른들을 반성하게 하는 세 학생의 바른 성품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학생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 아닐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강문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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