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한 해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지만 그 공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돌릴 수는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핵무기 연구·개발 단계에서 대량 생산 단계로 넘어가며 무기 시험 필요성이 낮아졌을 뿐, 핵무기 보유라는 궁극적 정책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핵물질 생산과 미사일 기지 건설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미국 NBC방송이 위성사진 분석가 및 전문가를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현 추세대로라면 북한이 2년 안에 핵탄두 100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크리스티나 배리얼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기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면서 “김 위원장은 연구와 개발에서 (핵무기의) 대량 생산으로 넘어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NBC는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이미 올해 신년사에서 공언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녹화 중계한 신년사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과 로켓 공업 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해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생산 속도를 유지할 경우 2020년까지 핵탄두 100개를 보유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영국의 핵탄두 보유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행 차원에서 실시한 풍계리 핵실험 폐쇄도 국제사회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핵탄두 생산 작업과도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NBC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 채택한 공동성명에 담긴 ‘비핵화’의 의미를 두고도 양측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북한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미국이 남한과 일본에 핵우산 제공을 중단하는 것을 비핵화로 본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와 핵개발 시설,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일방적,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정보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권좌에 머무르는 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단념하고 보다 온건하고 단기적인 정책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정확히 내다보고 있다. 그로써는 지금의 ‘리얼리티 쇼’를 지속할 동기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석과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은 사실상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중단했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폐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 한반도 비핵화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미국과 협상하고 있다”며 “따라서 북한의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는 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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