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돈이 모자란 탓에 음식 주문을 망설이던 초등학생 2명과 이를 본 고속버스 기사의 일화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습니다. 평범한 40대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고정수씨의 사연, 그의 동의를 얻어 전합니다.

고씨는 약 2달 전 정오쯤 서울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의 한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던 중이었습니다. 모 고속버스 회사 소속 운전기사인 고씨는 점심시간에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고씨는 메뉴판을 보던 중 옆 테이블에 있던 초등학생 2명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요. 초등학교 6학년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 2명이서 테이블 위에 5000원짜리 지폐 한 장, 1000원짜리 지폐 두 장을 올려놓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고 고씨는 말했습니다. 고씨가 들은 대화는 이랬습니다.

초등생 1: 이거 주문하면 저거 포기해야 해….
초등생 2: 그럼 난 이게 먹고 싶으니까 저걸 포기하자….

풀이 죽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고씨의 귀에 들렸습니다. 고씨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메뉴는 3개인데 부족한 몇천원 때문에 서로 말은 못 하고 눈치만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일곱 살 아들의 아빠인 고씨는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지갑에서 3000원을 꺼내 아이들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저씨 딸도 너희만 한 나이야. 그냥 주는 거니까 먹고 싶은 거 먹으렴”이라는 따뜻한 말도 건넸습니다. 눈이 동그래진 아이들은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원하던 메뉴를 모두 주문했습니다. 고씨는 “한순간이었지만 지갑을 꺼내서 줄까, 말까 망설였던 저 자신이 부족해 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고씨가 올린 글은 커뮤니티 회원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한 네티즌은 “누군가에게 3000원은 푼돈일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돈”이라고 칭찬했고, 다른 네티즌은 “어쩌면 별 것 아닌 일 때문에 흐뭇해지는 걸 보면 참 각박한 세상인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고씨는 “제 딸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갑을 꺼냈던 것”이라고 7일 국민일보에 밝혔습니다. 네티즌의 댓글처럼 고씨가 건넨 돈은 고작 3000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선행의 경중을 가릴 수 없는 것 아닐까요. 3000원일지라도 쌓이면 큰돈이 되듯, 작은 선행이 쌓여 더 나은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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