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어∼차 세워, 차 세워!”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제동장치가 풀린 채 경사로를 따라 굴러가던 자신의 화물차를 멈춰 세우려던 60대 운전기사가 숨졌다.

고박 장치가 풀린 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리막길을 달려가던 화물차는 왕복 4차선 도로 중앙선을 넘어 시내버스를 들이받고 멈췄으나 운전기사는 바퀴에 깔려 숨지고 승객 8명이 부상을 입었다.

9일 오후 1시 56분쯤 광주 광산구 우산동의 한 농장 앞 도로.

땔감으로 사용하는 목재를 농장에 납품하기 위해 8t 화물차를 주차한 뒤 하차작업을 마무리하던 안모(62)씨는 시야에 들어온 자신의 낯익은 화물차를 목격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주차해둔 자신의 화물차가 경사 15도 정도의 비탈길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던 것.

점차 속도가 붙기 시작한 화물차가 아파트가 밀집해 행인이 많은 도로를 향해 쏜살같이 내달리는 순간 안씨도 사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운전석이 승용차에 비해 훨씬 높아 손쉽게 보조 제동장치를 손으로 올리거나 발로 밟을 수 없었던 안씨는 마지막 수단으로 굴러가던 화물차에 황급히 몸을 던져 어떻게든 올라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운전석에 올라타지 못한 안씨는 그만 넘어지면서 평소 애지중지 아끼던 자신의 화물차 뒷바퀴에 깔리는 중상을 입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운전석 문이 열린 채 100여m를 순식간에 굴러 내려간 화물차는 농장 울타리를 뚫고 잠시 후 왕복 4차선 지선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시내버스와 충돌했다.

다행히 시내버스에 타꼬 있던 승객 9명 중 8명이 경상을 입는데 그쳤지만 트럭 뒷바퀴에 깔린 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안씨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자신과 오랜 시간 함께 하던 화물차를 세우기 위해 외친 “차 세워” 한 마디가 생애 마지막 말이 되고 만 것이다. 짧은 순간 방심하고 화물차 고박을 소홀히 한 게 화근이었다.

경찰이 이날 오후 공개한 동영상에는 사고 충돌 장면과 직후 중년의 시내버스 여성 승객이 얼굴부위에 피를 흘린 채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경찰에 사고를 신고하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안씨 바퀴 밑에 고박장치로 받혀둔 고임목이 고정되지 않아 화물차가 구르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안씨는 주차 당시 화물차를 중립기어에 놓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 등 대형차일수록 짧은 시간이라도 주차를 할 때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반드시 작동하고 앞바퀴를 길갓쪽으로 향하게 한 뒤 네바퀴 모두에 고임목 등을 확실히 놓아둬야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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