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선수를 비롯해 쇼트트랙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지난해 6월 25일 오전 경기 성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4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가운데, 뒤늦게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전해졌다. 9일 법률 대리인인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통해서다. 임 변호사는 심 선수의 아버지도 딸의 성폭력 피해를 고소장을 제출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이날 “(항소심) 마지막 공판 전주에 (심석희) 선수하고 아버님하고 오셔서 회의를 했다”며 “(피해자 중 심 선수를 제외한) 3명이 합의서를 냈기 때문에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아졌고, 우리 요구를 다 써서 합의를 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는 얘기를 드렸다”고 한겨레신문에 밝혔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 등 4명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심 선수 측은 형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항소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조 전 코치 측의 끈질긴 설득 끝에 심 선수를 제외한 3명의 폭행 피해자가 조 전 코치측과 합의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심석희 선수는 집행유예 판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항소심 결심공판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그의 고백을 가장 먼저 들은 것은 아버지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심석희(한국체대)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지난해 6월 18일 오전 수원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임 변호사는 “급하게 다음 날 (심석희) 선수를 다시 오라고 해서 여자 변호사를 투입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 “주말에 밤샘 작업을 해서 고소장을 만든 뒤 월요일(지난해 12월 17일)에 바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님도 그때 처음 아셨다. 굉장한 분노를 느끼셨고, 현재 약물도 복용하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조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에게) ‘선수 할 거냐’ 협박하면서 옭아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 선수는) 6세 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고, 교우 관계도 제한적이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라며 “통제된(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에 대해서는 통제된 조직 내에서 보호가 필요한데, 통제만 해놓고 관리·감독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심 선고 후 복역 중인 조 전 코치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했다고 한다.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서다. 재판부에 반성문을 22차례나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폭력에 대한 추가 폭로 이후 합의했던 폭행 피해자 3명 중 2명은 이를 취하했다.

심석희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약 4년간 조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코치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명예훼손 혐의로 심 선수를 맞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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