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YTN

“안전 문제는 무엇보다 우선한 국가적 과제로 삼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사에서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 노력으로 작년에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그만큼 성과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 겨울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 사고가 빈발했다. 고시원 화재, 강릉 펜션 가스누출, 온수관 파열 등 잇따른 사고에 국민 불안도 커질대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안전 분야의 성공사례로 타워크레인을 콕 집어 지목한 탓에 궁금증이 커졌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지난해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제로(0)가 된 걸까. 타워크레인 사고는 도심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고공 작업인 탓에 사고는 대부분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만약 정부의 예방 노력 덕에 지난 1년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사라졌다면 평가할 일이다.

정부 자료를 보면 이는 사실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31일 낸 보도자료 ‘2018년도 타워크레인 건설 현장 고강도 점검’에 따르면 지난해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국토부는 원인이 정부의 예방 노력 덕이라고 분석한다. 사용 연한에 맞춰 주요 부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 등을 의무화하고, 사고 발생 시 조종사 면허취소 기준을 강화한 덕이라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현장 및 검사 대행자 불시 점검 등도 진행했다.

다만 사망 사고가 없었다는 게 정말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는 건설 현장이 안전해졌다는 뜻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의 판단은 문 대통령의 진단과 많이 달랐다. 단지 사망 사고는 없었을 뿐 사망으로 이어질 뻔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신축 빌라 공사 현장에서는 2.5t 타워크레인 일부가 휘어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지점은 주택가와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 인근이어서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운이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11월 3일과 20일에는 인천과 부산에서 타워크레인이 꺾였고, 다음달인 12월 13일에는 부산에서 타워크레인이 도로 쪽으로 넘어졌다. 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20일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휘어졌다. 뉴시스

이원희 한국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 국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람이 죽어나가야 사고냐. 국토부 보도자료를 보고 정말 황망했다”며 “타워크레인에서 정말 위험한 건 작업 중에 타워가 꺾이는 것이다. 최근 이런 사고는 더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안전해졌다고 칭찬한 2018년이 사실은 더 위험한 한해였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국토부의 대책도 잘못된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의 원인을 노후 장비 탓으로 진단하지만 “중대 사고의 상당수는 인재”라는 것이다.

이 국장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숙련 일꾼이 부족해지면서 초보들을 팀에 합류시키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국장은 “초보를 쓰면 사고 날 확률이 높아진다. 초보가 볼트를 제대로 채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타워가 넘어간다. 그런데 국토부는 타워가 넘어간 것만 보고 장비가 노후했기 때문이라고 몰고 간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2017년 중대사고 6건 중 4건이 인재였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2018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호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이용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무소속)은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대부분이 불법 개조됐거나 허위 신고된 점을 질타했다. 이에 손병석 당시 국토부 제1차관은 전수조사를 통해 말소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재 국토부의 전수조사는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서 이 국장은 “조치가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 장비 그대로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오산시 한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기울어졌다. 뉴시스

올해부터 시행되는 타워크레인 ‘20년 내구연한’(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 적용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정부의 조치가 안전성 높은 장비가 들어오는 것은 막고 중국산 저가 크레인 사용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는 “연식 규제가 생겨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들이 유럽에서 품질과 안정성을 인정 받은 고가 장비들을 들여오지 않으려고 한다”며 “비싼 장비를 20년 밖에 사용할 수 없으니까 싼 중국 장비를 들여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약 3~4배 정도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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