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선수를 비롯해 쇼트트랙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10년 전부터 제기해 온 한 교수가 “관련 학회에서 논문으로 충격적인 성폭력 사례를 발표한 적 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해서 놀라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지금까지 계속 오랫동안 있었던 성폭행의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서강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정용철 교수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성폭력 관련)얘기를 했다가 바로바로 덮힌 선수들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2010년 핸드볼 선수였던 제자와 연구를 하던 중 전직 선수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시절을 회상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많은 선수가 인터뷰를 거부해 설득해 4명 정도를 인터뷰했다고 밝힌 정 교수는 “그 내용들을 보면 너무 충격적인 내용들이 굉장히 많았다. 지금도 그때 코치나 감독 선생님의 나이 또래의 어른을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그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고 정상적으로 어떤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때 받은 상처나 폭력이나 특히 성폭력 같은 것들이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들을 그때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2000년대 초 중반에 활동한 이들이라고 한다.

전직 선수를 어렵사리 설득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 교수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코치가 귀에 혀를 집어넣었다’며 피해를 털어놓는 이도, 코치들이 술을 마시면서 ‘나는 룸살롱에 안 가. 여자 선수 애들이 있잖아’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선수가 있었다. 그는 이들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한 논문을 관련 학회에서 발표했지만 변화되지 않은 모습에 더 놀랐다고 했다.

정 교수는 “사실 그걸 실행했던 제 제자도, 저도 그렇고 이 얘기를 저희가 듣고 그냥 학위 논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굳이 그걸 또 논문의 형태로 해서 발표를 했던 그런 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크게 달라지거나 반향이 없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날 JTBC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성폭력 관련된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가를 선수들이 계속 봤지만,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가 굉장히 힘들어지고 2차 피해를 받는 상황으로 가기 때문에 선수들이 (고발하지 않아야겠다고)학습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포츠계의 미투가 필요하지만 지금껏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성폭행 고발에 대한 주변 반응와 연대가 없었고 스포츠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심석희는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폭행뿐 아니라 고등학생 때부터 4년간 상습적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심석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보도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상하 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을 가함으로써 심석희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해온 사건”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묵과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규탄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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