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오른쪽)

현 대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정면 비판하는 발언이 나왔다.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1일 오전 10시에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를 믿어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취임식 1시간 전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출두를 앞두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는 평가다. 조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기에 마지막으로 임명 제청해 대법관이 된 인물이다.

조 대법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사법제도에 대한 평가는 이를 접하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며 “공정하고 적정한 최선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믿어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관은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뼈아픈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며 “개인의 성향과 법관의 양심을 혼동하거나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부여된 법관의 독립을 특권으로 인식하며 기댄 적이 없었나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기의 재판개입 의혹 등을 정면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지난 시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는지, 사법부가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을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조 대법관은 “한번 무너진 사법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일이 될 것”이라며 “법관이 처리하는 사건, 법원 직원들이 만나는 한 사람으로부터, 즉 가까운 곳과 작은 일에서부터 국민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관은 취임사 말미에서 “어쩌면 저는 마지막 행정처장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 법원행정처 폐지 등에 관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제출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끝까지 배에 남아 항구까지 무사히 배를 인도하는 선장의 자세로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조 대법관은 1956년생으로 강원도 동해 출신이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며 성균관대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했다.

1980년 사법시험(22회)에 수석으로 합격해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서울형사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부지원 등을 거쳐 1993년 서울가정법원 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었다.

판사로 있을 때 전두환 군사정권의 시국사건에서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려 ‘반골 판사’로 불리기도 했다. 1993년 변호사 개업 후 2011년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등을 거쳐 2017년 7월 대법관이 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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