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이후 심 선수를 응원하는 ‘위드유’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1년 만에 미투·위드유 운동이 다시 촉발되는 모양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 바뀐 것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SNS에는 심 선수에 대해 연대를 표명하는 릴레이 운동이 퍼지고 있다. 손글씨로 ‘남아있는 빙판이 녹지 않도록 연대하겠습니다’라고 적은 쪽지를 찍어 올리고 ‘#용기있는고발’ ‘#지지합니다’ ‘#withyou’ 등의 해시태그를 다는 식이다. 참가자들은 해시태그 뒤에 지인 3~4명을 지목해 이 운동을 이어나가도록 하고 있다.

이 운동은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덕성여대 재학생 김모(22)씨는 “‘빙판이 녹지 않도록 해달라’는 젊은빙상인연대의 호소에서 문구를 따온 것으로 안다”며 “심 선수가 좋아하는 색깔이 초록색이라고 해서 초록색 펜으로 쓰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선수에게 숨지 않아도 된다고, 연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친구의 지목을 받아 이 운동에 참여했다는 박모(21)씨도 “심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어릴 때부터 성폭력을 당해왔지만 코치의 압력 때문에 알리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며 “우리 연대가 더 널리 알려져서 잘못한 코치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심 선수에게 응원의 편지를 보내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심 선수의 모교인 세화여고 동문회는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편지를 모아 심 선수 측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 선수 변호인의 이메일을 통해 개인적으로 연대의 뜻을 전달하는 이들도 많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심 선수에게 편지를 보내자”며 “이 게시물에 댓글로 메시지를 적어주면 변호인에게 전달하겠다”고 적었다. “수영선수와 학업을 병행했던 딸을 키웠다. 심 선수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힘든 길 같이 걷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는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1년 만에 재점화된 위드유 운동의 이면에는 ‘이번엔 달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지난해 1월 서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확산됐지만 정작 변한 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 전 코치가 반성은커녕 맞고소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그 뻔뻔함은 우리 사회가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그간 반복돼 온 미온적 조치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던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에는 당장 해체 수준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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