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나날이 심해지는 가운데 청와대의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공기질은 더욱 나빠지는 추세다. 정부가 국내 대책 마련에 치중하기보다 중국과의 담판을 통해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전 참모들과의 차담회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발굴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차담회에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오랜시간 말씀하셨다. 참모들의 견해도 듣고,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1월이 고비다. 모든 수단을 다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미세먼지 악화를 두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가까이 정책실을 중심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효과가 없다는 게 내부 목소리다.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로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을 통한 국민 호흡권 보장’을 약속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경유차 감축, 친환경차 보급 확대, 공공 교통시설 미세먼지 저감시설 설치 의무화 같은 공약도 내놨다. 미세먼지 오염 수준을 선진국과 비슷한 18㎍/㎥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당선 직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 감축으로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8기를 일시 가동 중단 조치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도 전면 불허했다. 대형 미세먼지 배출원인 대형 공장을 대상으로 먼지총량제를 시행했고, 디젤기관차 배출 기준도 강화했다. 2020년 고성능 환경 위성을 발사해 미세먼지 측정 능력을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도심 미세먼지 측정소를 대폭 늘려 고농도 시 예보 정확도 74%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마련했다. 그래도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결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중 정상외교의 주요의제로 미세먼지 대책을 다루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초미세먼지는 국가적인 현안으로, 공동 대응하며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도 “한·중 양국은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개소한 한·중환경협력센터를 비롯한 공동조사연구 대처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모든 미세먼지의 책임을 중국에만 돌릴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미세먼지는 중국과도 관련이 있음을 많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국내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원인 규명도 다 풀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도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함께 지혜를 모으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달 류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중국과의 국제 소송도 어렵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김혜애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은 지난해 5월 국민청원에 답하면서 “국제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국제법 위반인지 분명해야하고, 인과 관계도 과학적으로 규명돼야 한다”며 “현실은 관련 국제조약도 없고, 한·중 양국 정부가 합의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미세먼지 관련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력도 국내 연구마다 30%에서 많은 경우는 86%까지 나오는 등 들쭉날쭉이다. 국내 요인 역시 10~60%대까지 연구마다 수치가 다르게 책정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중국 측에 책임을 확실히 묻기 위해 국내 미세먼지 관련 연구에 대한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미세먼지 연구 투자를 강화하고, 공인된 증거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이미 국민들의 분노는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글이 6000건을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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