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재판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 파견 판사에게 억울한 사연을 전달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며 “전달할 게 있으면 전달하는 것이고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파견 판사를 만난 것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사 만났다고 하더라도 억울한 사연을 전달했을 뿐, 문제될 내용은 없었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억울한 측면이 있어서 이를 국회 파견 판사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은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임 전 차장이 정치인 관련 재판에 개입한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5년 5월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해 서 의원으로부터 지인 아들 사건의 죄명을 변경하고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직접 북부지법원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정 재판과 관련해 서 의원의 의견이 국회 파견 판사와 법원행정처를 거쳐 담당 판사에게까지 전달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검찰 설명대로 국회 파견 판사를 만나 재판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더라도 문제될 만한 내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죄명을 바꿔달라고 한 적도 없고,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도 없다”며 “어떻게 판사한테 죄명을 바꿔달라고 하겠느냐. 그런 적도 없고 실제로 죄명이 바뀌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아무리 공익적인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총선에서 연락사무소장을 맡았던 지인의 사건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 지인뿐만 아니라, 억울한 사건이 있으면 항상 얘기해 왔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도 촉구했었고, 무기수 김신혜 사건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의원은 지난 2015년 대전고법 국정감사 당시 “법원은 15년간 무죄를 주장하는 김신혜씨의 절규를 듣고 신속히 재심을 결정해 사법부의 신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자신이 공개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를 부인하면 진실게임 국면으로 흐를까 부담스럽다”며 “임 전 차장과 관련한 재판 결과가 나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서 의원의 기억이 불분명해 당 차원의 진상 조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서 의원이 재판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더라도, 국회 판사와 만나 관련 사건을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담당 판사가 아닌 국회 파견 판사에게 말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담당 판사에게 전달될 목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공익적인 목적이어도 직무 관련성이 높은 법사위원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결코 적절한 행동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농단 또한 법원행정처가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억울한지 억울하지 않은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보수야당도 ‘헌법유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검찰 발표를 언급하며 “헌법 유린이 아닐 수 없다”며 “법적 처벌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반드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사법농단을 조사하니 민주당 의원이 나오는 현실”이라며 “사법농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고 비꼬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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