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심사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을 판사는 누가 될까.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 5명 1명은 최대의 난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약 18년만에 찾은 친정에서 구속 여부를 심판 받게 됐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도 재청구했다. 통상 전산 배당에 따라 영장전담 재판부가 결정되지만 법원은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23일 저녁 임 전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반적으로 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전산 배당을 통해 즉각 재판부를 배당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약 반나절 뒤인 24일 오전 11시쯤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당시 법원은 배당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규에 따라 김종호 형사수석부장판사와 박범석 선임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협의를 거쳤다고 한다.

박‧고 전 대법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지난달 3일 오전 두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때도 법원은 곧바로 배당하지 않고 협의를 거쳤다. 꼬박 하루 뒤인 4일 오전 11시20분쯤에서야 재판부 배당을 완료했다. 임 부장판사가 박 전 대법관을, 명 부장판사가 고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게 됐다.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심사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법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재판부는 5곳이다. 박범석‧허경호‧이언학‧임민성‧명재권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박‧허‧이 부장판사에게 배당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들은 공범 관계로 있는 박‧고 전 대법관과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고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연구관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 근무 이력이 없는 임‧명 부장판사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검찰이 박 전 대법관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선택지는 더욱 좁혀졌다. 임 부장판사는 이미 박 전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에 또다시 임 부장판사가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을 가능성은 낮다. 당시 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을 맡았던 명 부장판사가 이번에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력한 것은 임 부장판사다.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한 바 있다.

재판부 배당은 주말을 넘겨 21일 오전쯤 결론 날 전망이다. 앞서 임 차장과 두 전 대법관의 사례처럼 형사수석 부장판사, 선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3일 또는 24일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게 되고 구속 여부는 24일 또는 25일 0시를 넘겨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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