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 기로에 놓였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법조계 이목은 양 전 대법원장의 운명에 쏠리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우선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서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되면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

재판 개입 및 법관 사찰 등 40개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 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됐는지가 관건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됐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공모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며 기각됐다. 그 외에도 수사가 진척돼 다수의 증거자료를 검찰이 확보한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 성립 여부를 인정할지가 쟁점이다.

검찰은 이규진 전 양형위원장의 수첩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입수한 양 전 대법원장 면담 문건 등을 중심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사실을 소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 등으로부터 직보를 받았고 강제징용 소송 개입 등 사법행정권 남용의 ‘정점’에 서서 각종 지시를 내렸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수사로 검찰이 다수의 증거를 확보해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적고, 주거가 일정한 양 전 대법원장이 도주할 염려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구속 여부를 심사할 재판부는 21일쯤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가 23일 또는 24일 열린다고 가정할 경우 구속 여부는 늦어도 24일 또는 25일쯤 결정된다.

임 전 차장과 두 전 대법관은 오전 10시30분에 영장심사를 시작해 오후 3~4시쯤을 넘겨 심사가 마무리됐다. 임 전 차장은 심사를 마친지 10시간여 만인 다음날 새벽 2시에, 두 전 대법관은 심사를 마친지 7~8시간만인 0시40분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됐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자정을 훌쩍 넘겨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