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오프라인 쇼핑몰을 지나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고위관계자 스파이 혐의 체포’ 등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리자 중국 정부가 구명운동에 나섰다. 화웨이 위기의 진원지인 캐나다에 “화웨이 장비가 배제되면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압박한 것이다. 화웨이도 “캐나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통신사가 이미 ‘화웨이 장비는 안전하다’고 공인했다”며 자국 정부를 거들었다.

루사예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소재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웨이 장비가 배제된다면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캐나다를 압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캐나다는 조만간 화웨이를 포함한 전 세계 통신장비사 가운데 5G 장비 공급사를 선별할 계획이다.

중국의 이같은 강공은 ‘화웨이 위기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수년 전부터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미국으로부터 “해킹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내와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도 보안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자 보안 논란은 증폭됐다. 발단은 캐나다가 지난해 12월 미국 요청에 따라 화웨이의 2인자 ‘멍완저우’ 부회장을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이었다. 한달 뒤 폴란드에서 화웨이 폴란드지사의 고위 관계자까지 중국 정부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면서 화웨이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중국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의 사진과 직함이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에 진열된 노트북 화면에 나와 있다. AP뉴시스

미국도 연일 화웨이를 휘몰아쳤다. 기술탈취 혐의와 반도체 부품판매 금지 법안 등을 앞세웠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서방동맹 독일과 영국도 반 화웨이 연합군에 가세했다. 호주·뉴질랜드는 화웨이의 자국 시장 진출을 제한하기로, 체코와 대만은 정부 산하 기관에 화웨이을 쓰지 않기로 했다.

중국의 캐나다 압박에는 캐나다가 화웨이 사태의 진원지라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 사건 뒤 중국·화웨이와 대립해온 캐나다가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면 ‘화웨이는 문제가 없다’는 이미지가 극대화될 예정이다.

화웨이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화웨이는 이날 캐나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통신사 샤크스텔 임원 말을 인용해 ‘화웨이 장비가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터키 최대 규모 통신사인 투르크셀과 손 잡고 차세대 무선 운영지원시스템(OSS)을 선보였다는 등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다만 캐나다의 통신장비사 선정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캐나다가 5G 네트워크 보안 관련 검토 결과를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