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취임한 전원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상임감사는 “2016년 2·10 조치는 개성공단이 퍼주기를 위한 통로이며, 또한 그 자금은 북한 핵무기 제조에 유용됐다는 근거 없는 추측성 가짜뉴스를 막지 못해 이뤄졌다”며 “더 이상 가짜뉴스에 속지 말고 개성공단이 민족의 소원인 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상임감사는 개성공단이야말로 민족통합을 위한 전초기지라는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재단 집무실에서 만난 전 상임감사는 현재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나 미국의 단독 제재를 벗어날 길은 전혀 없다고 했다. 전 상임감사는 “제재의 규정이나 세부조항을 비켜나갈 방법의 모색이나 조항들을 우회하려는 태도는 꼼수에 불가하다”면서 “특히 미국과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무작정 유엔이나 미국의 처분만 기다릴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 상임감사는 대북제재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처방안은 인적교류를 꼽았다. “70년 분단사에서 지금의 남북관계는 가장 우호적이라 하겠다. 특히 남북지도자의 관계가 원만하다.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독일통일의 교훈을 살펴보면 통일 직전 수십만명의 동독인들이 헝가리, 폴란드, 체코스롤바키아를 통해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독일통일을 반대했던 영국과 프랑스도 결국 승인했다. 우리는 인적교류 장소를 국제적으로 승인된 중립지역인 판문각이나 평화의집에서 세미나 등을 통해 제재를 피하면서 할 수 있다. 하루 1000명이면 매달 3만명, 1년이면 30만명에 이른다. 이것은 한민족 신뢰의 큰 자산이다.”
전원근 상임감사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적교류 장소를 국제적으로 승인된 중립지역인 판문각이나 평화의집에서 세미나 등을 통해 제재를 피하면서 할 수 있다"며 대북제재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처방안을 인적교류로 꼽았다. 사진=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취임 이후 그간의 소감을 전한다면.
“대학원에서 전공했던 남북한 평화적 기반조성 방안과 북한의 통일정책 등과 직접 관련되는 분야에서 봉직할 수 있어 너무 뿌듯하다. 하지만 5·24 조치와 2·10 조치로 인한 개성공단의 전면 폐쇄로 인해 개성에서 철수한 기업 직원들이 정신적으로 공허한 상태이고 사기가 저하돼 있어 안타깝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5·24 조치와 2016년 북한의 핵문제로 야기된 2·10 조치는 이후 전개되는 추이를 봤을 때 다분히 정치적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2·10 조치는 개성공단 전면폐쇄로 이후 생계를 걱정하며 재개를 기다리는 160여개 기업들과 우리 재단 직원들이 직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상가동이 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인 있다고 보나.
“개성공단에 대한 접근방법인 정권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먼 미래에 조국통일과 관련된 민족사적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약 전면적으로 폐쇄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발생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우리 스스로 국내외 정치적 논리에 따라 자승자박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개성공단의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기업인들에게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동의서를 받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기업과 직원들에 대한 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그들과 힘을 모아 지금의 난국을 헤쳐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재단의 역할과 비전이 궁금하다.
“재단은 서울에 소재하고 관리위원회는 개성에 있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근로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이루는 ‘남북통합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곳은 한반도의 베를린이며,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통일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재단은 남북통일을 위한 마중물을 하는 역할로 남북이 한 자리에서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통합의 공간이다. 특히 신뢰 구축을 위한 세계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며,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차후 해주, 신의주, 나진, 선봉에도 개성공단을 벤치마킹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어떤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어려운 우리 경제를 부활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본다. 2016년 기준으로 북측 근로자 5만명, 남측 160개 기업과 인원으로 구성된 개성공업지구는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향후 나진, 선봉까지도 개성공단을 벤치마킹하게 되면 150만개 일자리는 창출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앞으로 개성공단이 지금까지 제조업 중심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지닌 우수한 두뇌를 이용해 4차산업인 융복합의 IT, AI산업 분야에서 남북의 유능한 청년들에게 창업을 유도해 명실공히 세계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개성이 단순 생산기지로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슘페터의 파괴적 혁신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사고로 다듬어진 청년 중소벤처기업들의 창업의 장이 되는 개성(開城)이 돼야 한다.”

-기관의 반부패·청렴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부임해보니 직원들이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장돼 있었다. 그동안 직원들이 160개 기업을 상대로 활동하면서 누수현상이 전혀 없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다만 2·10 조치로 인해 개성에서 강제 축출되다 보니 직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기가 저하돼 있어 상임감사로서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연가를 독려하고, 동호회 활동 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기관의 반부패·청렴문화는 직장의 어른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에 내가 먼저 근무태도와 자세를 가다듬고 출근시간을 준수하는 등 앞장서고 있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도록 기업인과 직원들에게 공직기강 및 행동강령 준수를 요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특히 재단의 운영비는 국민의 혈세인 남북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당당하고 떳떳하게 사용함으로써 부끄럼 없는 집행을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도 강조하고 있다고 했는데.
“상임감사와 직원들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지다. 때로는 형제와 같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공사(公私) 문제를 서로 공유하고 나누며 동행(同幸)을 실천하고 있다. 부임 직후 직급별 간담회를 매주 3~4명으로 편성해 조직 대외적으로 불편한 점들을 서로 토로하는 시간을 마련해 3개월 동안 진행한 바 있다.”

<전원근 상임감사>
-1953년 9월 10일 출생
-충주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국방대 안전보장학 석사
-경희대 정치학 박사
-경희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더불어민주당 강남병 지역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수석부위원장
-現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상임감사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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