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크게 늘었지만 반려동물과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 반려동물을 상품화하고 관련 산업만 육성되는 기형적 형태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구조동물 안락사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는 동안 동물 유기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동물보호·복지 실태 조사를 보면 2017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10만2593마리로 2016년에 비해 14.3% 늘었다. 등록되지 않은 사설보호소 유기동물을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커질 거란 분석이다.

유기·유실동물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2017년 지방자치단체의 유실·유기동물 구조 보호 및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155억5000만원으로 2016년과 비교해 40억7000만원(35.5%) 늘었다. 보호소의 수용 능력을 벗어나면서 구조동물의 20%는 안락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권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20일 “이미 버려진 동물을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유행하는 품종에 따라 계속 동물이 생산되고 버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을 유기하면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중 단속할 인력이 부족한 데다 유기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어려워 유명무실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도 단속이 미미해 2017년 기준 33.5%만 등록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시장구조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정책팀장은 “영국은 동물등록을 당연시하고 관리대상견은 중성화 수술을 의무화했다. 독일은 유기동물만 입양할 수 있다”며 “돈만 있으면 생명을 살 수 있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문화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다보니 관련 산업만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가 2017년 2조3322억원에서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 의료 시장도 덩달아 몸집을 키웠지만 동물병원비 부담은 여전하다.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0.02%로 극히 미미하다. 병원마다 진료비 격차가 크고 개체 식별과 연령 구분이 어려워 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 보험연구원은 2017년 관련 보고서에서 “보험회사가 반려동물 의료비 예측을 쉽게 하기 위해 동물 의료수가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일반쓰레기 봉투에 버리거나 동물병원 혹은 정식 동물 장묘업체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2016년 동물 장묘업체 신설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를 혐오시설로 보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서울과 인천에는 동물 장묘시설이 한 곳도 없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의료비 부담이나 장례비 부담 등 현실적 문제에 대한 매뉴얼이 부재하다”며 “펫티켓 등 반려인 교육과 함께 생명을 존중하는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