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적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문화체육관광위원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을 밝히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선전포고’ 같은 기자회견이었다. 손혜원 의원은 20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전남 목포 부동산 집중 매입’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손혜원 죽이기’로 규정했다. 기사를 쓴 언론사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했고, 자신을 비판한 목포 지역구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을 향해선 사과 한 마디 없이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본인의 처신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손 의원 뒤에 숨었다.

손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당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형식부터 이례적인 기자회견이었다. 각종 논란으로 탈당하는 초선 의원의 기자회견임에도 홍영표 원내대표가 직접 나와 손 의원의 회견을 도왔다.

손 의원은 “분신 같은 민주당적을 내려놓겠다는 생각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 그런 사실(투기)이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에서 사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손 의원은 언론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손 의원은 “SBS방송이 저 한 사람을 죽이려 하는데,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그리고 제가 걸 수 있는 이유를 다 걸겠다”고 했다. 또 “SBS뿐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로 지금까지 기사를 쓴 기자들과 기사를 모두 캡처해 200여건을 다음 주에 바로 고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에 대한 의례적인 유감 표명은 없었다.

여당은 이번 논란 내내 ‘책임성’을 찾기 어려웠다. 문체위 민주당 간사를 맡긴 손 의원이 직무와 관련된 의혹에 휩싸였지만 당은 수수방관했다. 당은 지난 17일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서영교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에서 물러나게 하면서도 함께 조사했던 손 의원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추가 의혹 보도가 쏟아진 뒤에도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는 대신 ‘자진 탈당’ 형식을 취했다. 손 의원의 탈당을 거듭 만류했다는 당 지도부는 여전히 손 의원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손 의원이 2017년 3월 이후 목포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것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통상적인 부동산 투기와 다소 결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손 의원 주장처럼 목포 구도심 개발이라는 ‘공익’도 혼재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 부동산을 남편의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과 친척 등을 동원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이후 국회 상임위 등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주장한 것은 ‘이해충돌방지’ 위반 소지가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의무’가 있고, 민주당 윤리규범에도 ‘이해충돌방지 및 회피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이번 논란에선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당내에서도 ‘투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문체위는 어쨌든 직무 관련성이 있고, 조카를 통해 부동산을 산 것은 자기 주변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혼동한 측면이 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 의무를 저버렸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정당은 공과 사를 구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일반적 투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공인이기 때문에 일반인과 달리 부정적으로 보일 소지가 있는 언행은 삼갔어야 했는데, 정치를 오래 한 분도 아니고 본인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투기 성격이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이런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에 사과했어야 했다”며 “민주당이 이럴 때는 엄중하고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탈당을) 만류하는 쪽으로 가는 건 탈당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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