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며 제기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됐다. EU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지지부진한 노·사·정 논의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정부 대표단과 EU 집행위원회 대표단이 21일 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EU 정부간 협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는 지난해 12월 17일 한국의 FTA 제13장 4조 3항 이행이 미흡하다며 EU 측에서 먼저 요청해 열리게 됐다.

EU가 문제 삼는 부분은 ILO 핵심협약 비준이다. 4조 3항은 양국이 ILO 핵심협약 및 최신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은 ILO 회원국이지만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강제노동’ 관련 협약 4개는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미하일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는 “FTA에 포함된 노동권에 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FTA가 발효된 지 8년째에 접어드는 이제는 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U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면서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개선위는 지난해 11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위원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공무원과 교원 노조 가입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전에 상충하는 국내법을 먼저 정비하는 절차였다.

그러나 논의범위 등 노사간 견해차가 커 노·사·정 합의가 아닌 공익위원 안을 내는 데 그쳤다. 또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관련 사항에 대한 논의도 추가로 필요하다. 여기에 국회 논의 절차도 남아 있어 갈 길이 멀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고용부 김대환 국제협력관은 이날 정부간 협의에서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EU 측에 설명했다.

EU 집행위 대표단은 22일부터 양대 노총과 경총, 대한상의 등 노사단체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관계자를 연이어 면담할 예정이다. 정부간 협의 과정에서 상호 만족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소집된다. 소집 후에도 90일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사안을 검토하게 된다. 한국과 EU 측이 추천한 전문가 각각 6명과 제3국에서 추천한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다. 이후 전문가 패널의 권고안이 도출되면 양측이 권고안을 이행하게 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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