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정보 당국이 최소 2009년부터 물밑 채널에서 소통을 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양측 간 정보 라인이 1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정찰총국장 재직 시절부터 미 중앙정보국(CIA)과 통하며 비밀 대화 창구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미국 관리들이 ‘군(軍) 채널’이라고 부르는 북·미 정보채널이 열린 건 2009년쯤으로 추정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김영철이 ‘키맨’이었다. 당시 김영철은 북한군 공작기관인 정찰총국의 수장을 맡고 있었다.

미국 관리들은 김영철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 당시 정찰총국장으로서 총지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채널을 북한 내 강경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했다.

CIA 간부가 직접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다. 전·현직 미국 관리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2년 마이클 모렐 당시 CIA 부국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후임자인 에이브릴 헤인스 역시 최소 한 차례 방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보채널은 오바마 행정부 말기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마이크 폼페이오 현 국무장관이 CIA 국장에 오르면서 다시 열렸다고 한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과 그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등 북·미 대립이 위험 수위로 치닫던 2017년 8월에도 CIA 요원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은 2차 방미 기간 중인 지난 18일에도 본 비숍 CIA 부국장과 비밀 접촉을 했다고 한다.

북·미 비밀접촉과 관련한 일부 내용은 공개된 적이 있다. 북한은 2014년 자신들이 억류한 미국인 기자 2명의 석방협상을 위해 미국 측 당국자의 방북을 요구했다. 이에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과 접촉했다. 이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북·미 정보채널의 활동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 외교 채널은 뉴욕에 위치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뉴욕 채널의 유용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 영향력이 떨어지는 외무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WSJ에 “정보당국 간 채널을 이용하는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도 상대 체제의 고위층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외교당국의 역할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총을 든 사람들과 말을 터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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