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비비.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파키스탄 대법원이 29일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기독교 여성 아시아 비비(47·사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기독교 선교단체인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다섯 아이의 어머니이자 마을의 유일한 기독교인이었던 비비가 2009년 6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파키스탄 법원에서 사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숙 폴리 한국VOM 대표는 “파키스탄 대법원이 아시아 비비의 날조된 신성모독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것은 원칙에 입각한 용기 있는 판결”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이번에 파키스탄 대법원이 입장을 번복하지 않고 원래 결정을 고수해주어 정말 기쁘다. 어떤 식으로든 다르게 판결했다면, 과격주의에 굴복하고 파키스탄 폭도들 손에 넘겨주는 사태가 빚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 대표는 “이제 파키스탄 정부는 대법원이 보여준 본을 따라 옳은 일을 해야 한다”며 “아시아 비비와 그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야할 뿐 아니라, 안전을 강화해 기독교인에게 보복하려는 폭도들 손에서 소수 기독교인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거나 감옥에 갇힌 다른 죄수 사건도 다시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를 받고 있는 기독교인은 218명이다. 하지만 실제 기소된 기독교인 숫자는 훨씬 많다는 게 선교계의 추산이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인이 기소되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전체가 폭력에 노출된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거짓에 근거한 악의적 행위가 될 수도 있고, 단지 보복을 위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내외 VOM은 이번 신성모독 사건은 물론이고 신성모독법 자체도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체포되기 전 비비는 ‘무함마드 이드리스’라는 무슬림 소유의 농장에서 일했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무슬림 여성들이 그녀에게 기독교를 떠나 이슬람으로 돌아오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하루는 종교와 관련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비비는 격론 끝에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는데, 무함마드는 우리를 위해 해 준 것이 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무슬림 여성들은 이 말에 분노했고 폭력을 행사했다. 형사고발을 했고 1년 5개월 뒤 비비는 신성모독법 위반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전 세계 기독교 단체와 기독인은 그녀의 석방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파키스탄은 ‘신성모독법’으로 악명 높다.

이 나라 형법 제295조는 ‘특정 종교에 대한 적대적 선동’ ‘코란 훼손’ ‘예언자 무함마드 모독’ 등에 대해 엄하게 처벌한다.

하지만 이 법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폴리 대표는 “파키스탄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이 안전하게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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