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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을 간직한 소원이 있습니다. 긴 시간 앞에서도 빛바래지 않은 절실한 소원입니다. 오늘의 ‘아직 살만한 세상’ 은 38년간 단 한가지 소원을 간직해온 한 60대 부부와 그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동분서주한 경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이 김진호(61)씨와 그 아내의 사건을 맡은 건 2017년 8월이었습니다. 1981년 대구 동인동의 한 예식장에서 잃어버린 아들(당시 3세)을 찾아달라는 것이었죠. 38년의 세월도, 3년 전 받은 김씨의 폐암 말기 선고도 외동아들을 찾겠다는 부부의 소원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수사팀은 총 1년 5개월 동안 아들의 행적을 쫓았습니다. 그 결과 예식장 앞에서 발견된 아들이 1991년 12월 보호시설에 입소했다는 입소카드를 찾아냈고, 얼마 후 미국으로 입양 조치됐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수사팀은 외교부에 협조요청을 하는 동시에 당시 입양자의 주소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둘 다 성과는 없었습니다. 당시 아들을 입양한 미국 입양자가 기록된 주소에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사팀은 SNS 해외입양인 그룹에 김씨 부부의 사연을 올렸습니다.

얼마 후 해외 입양인 그룹에서 소식을 접한 한 미국인이 나타났습니다. 김씨 부부가 찾는 아들이 지인 라이스(38)씨와 흡사하다는 것이었죠.

38년만에 잃어버린 아들 라이스(39·가운데)씨와 극적 상봉한 김진호(61·오른쪽)씨.뉴시스

수사팀은 국제우편으로 전달된 라이스씨의 DNA 샘플과 아버지 김씨의 샘플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일치’였죠. 부부의 오랜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아들 라이스씨와 상봉한 김씨 부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아버지 김씨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 “도움을 준 경찰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죠.

1년 5개월간의 수사. 30일 수사팀 관계자에게 숱한 난항을 돌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김씨 부부의 간절함과 반드시 찾겠다는 경찰의 의지라는 두 가지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관계자는 “반드시 찾아 부모님과 상봉시켜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라이스씨의) 소재가 거의 확인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의지를 갖고 수사에 임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오늘도 이름 모를 경찰관들이 ‘찾아야 한다’는 각오 하나로 실종자들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애타게 발만 구르던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연료 삼아 부단히 몸을 움직이는 누군가가 분명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아직, 살만한 세상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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