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8일 당 노선 문제와 관련해 “우리 당이 개혁보수의 길에서 보수재건을 주도할 때 국민들도 우리에게 마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바른미래당에 필요한 것은 ‘외연 확장’이 아닌 선명한 정체성 확립을 통한 ‘내부자강’임을 강조한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경기도 양평의 한 호텔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의원 연찬회를 열고 당 정체성과 진로 문제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유 전 대표는 토론회 중간 기자들과 만나 “보수도 진보도 다 좋다며 둘 다 아닌 애매한 입장으로는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며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아닌 낡고 썩은 보수에 머물러 있는 자유한국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한국당보다 경제·안보를 더 잘 챙기고, 문재인정권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해 바로잡는 강력한 야당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창당 당시 당의 정체성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설에 대해 “통합 내지 합당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2017년 가을,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처음 제안했을 때, 저는 ‘이 당이 지역주의 정당·호남당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호남 지역 의원들에게 보수라는 정체성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저는 ‘영남은 보수고, 호남은 진보다’는 그런 생각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저는 호남에도 문재인정부의 위험하고 불안한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분들께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호남인들도 보수라 무조건 싫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오는 27일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 탈당 생각을 접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당이 돌아가는 상황과 제가 바른미래당에서 내리는 결정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른 당 전당대회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대한민국의 보수정치가 너무 극우화되고, 특정인에만 의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늘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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