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에서 열린 북미 실무 협상을 마치고 8일 오후 숙소인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로 들어온 가운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박 3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8일 오후 한국으로 복귀했다. 애초 귀환 시점을 공식화하지 않고 떠났던 만큼, 사흘이라는 기간 동안 북측과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을 위해 ‘끝장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비건 특별대표가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 해군 수송기는 오후 6시34분쯤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지난 6일 오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해 평양으로 떠난 지 약 55시간 만이다.

앞서 미 국무부는 7일 “비건 특별대표가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와 만나 협상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은 2차 회담 준비와 완전한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추가 진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협상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구체화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의 1차 정상회담은 추상적인 합의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 관계 설립 등에 대해 뜻을 모았지만 원칙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김 전 대사와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비핵화 이행 조치를 최종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의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1차 회담 때와 달리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테다. 따라서 회담 의제와 내용을 두고 치열한 ‘디테일’ 싸움을 벌였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및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우라늄 농축시설 동결 등의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대북 인도적 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개설, 대북제재 완화 등이 언급된 바 있다.

양측은 정상회담 개최 도시와 의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개최 국가는 베트남으로 정해졌지만, 북·미가 다낭과 하노이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하노이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하노이에 북한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경호와 의전이 수월한 까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는 9일 한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만나 실무협상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에는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비건 특별대표와 회동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는 10일 오전에 만날 계획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강 장관을 예방한다. 이 자리에서 평양에서의 실무협상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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