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 ‘천하의 이기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리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찬사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의 우체국 서기보(9급)로 공직을 시작한 이 총장은 40년 만인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숱한 사람들의 입에 ‘공무원계의 신화’로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인천재능대학교에 부임한 이 총장은 4차례 임기를 이어가며 변화와 혁신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열악한 환경과 행정·학과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했다. 그 결과 인천재능대를 취업률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의 반열로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이 총장은 2023년까지 인천재능대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선포하고 또 한번 개혁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총장은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생직업교육체제 구축을 통해 일반 대학과의 차별화된 교육영역을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기우 총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일했다"며 장수 총장의 비결을 설명했다. 사진=인천재능대 제공.

-오랜 기간 총장직을 맡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2006년 인천재능대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기간 총장직을 수행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다만, 대학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대학,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늘 ‘오늘 하루가 내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주어진 24시간 동안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이 순간을 사랑하고, 이 순간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박성훈 재능학원 이사장께서 저의 경영방식을 믿어주고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것도 큰 힘이 됐다. 장기적인 대학발전 플랜 속에서 뚝심 있게 일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버팀목 역할을 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마다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천재능대는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신년사를 통해 인천재능대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비상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1학년도 대입에서는 대입정원이 10만 명 이상 남아돌 것으로 분석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로 산업사회 전반의 변화가 예상된다. 고용구조 역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이런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발전계획을 새롭게 수립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저를 비롯해 우리 대학 구성원은 그 동안의 성과에 안주하고 만족하는 안일한 태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2006년 처음 부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위기의 파고를 넘어설 혁신과제를 내실 있게 이행해 나갈 것이다. 향후 목표로 삼고 있는 평생직업교육체제의 모범 구축도 이러한 과제 중 하나다. 인천재능대는 평생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일반대학과 확실히 차별화된 교육영역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와 산업의 미래인재 양성기관으로 새롭게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정부차원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정부도 학령인구 절벽시대에 대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좀 더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취업문제, 경제 불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대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정책 개선과 재정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역량이 부족한 대학들은 과감히 퇴출하는 등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로 인한 대학재단들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퇴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 제도도 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잇따른 등록금 동결은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학교육의 질 약화로 인한 피해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이 입게 될 것이다. 종국에는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전문대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올해 계획은.
“전문대학의 위상과 역할 강화를 실제로 담보하고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닐 계획이다. 전문대학 운영을 어렵게 하는 행정·재정적 차별 과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 분투할 것이다. 세부적인 실행과제로는 전문대학 입학자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시·도 교육청과 공동으로 하는 입시설명회와 입학정보박람회를 확대하고 입학정보 콘텐츠 개발, 유학생 유치기반 조성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전문대학 경쟁력 제고와 기능 확대 차원에서 고등직업교육 정책·개발 연구, 전문대학 공용 원격교육 운영체제 구축, 교직원 연수 내실화와 학생의 기초학습능력 진단 및 향상 지원 강화에 힘쓰겠다. 그리고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와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미디어 홍보와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대응과 협력,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전문대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목적은 ‘시대의 변화’와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다. 현재 전문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등의 변화와 위기 속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돌파할 생산적인 대안으로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의 활성화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제 고등교육이라는 개념을 평생교육으로 바꾸고 학문 중심의 경직된 교육 틀에서 벗어나 직업교육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일반대학의 역할과는 다르게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을 통해 급격한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탄력성을 지닌 평생직업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의 화두를 담아내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교육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와 산업에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꾸준히 담당해왔고 또 많은 성과를 거둔 전문대학의 역할과도 부합하는 일이다. 이제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새롭게 태어나 미래 교육에는 대안을, 학생과 국민에게는 희망과 능력을, 국가와 사회에는 발전 동력과 경쟁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평소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학생들에게는 강조하는 부분은 ‘인성’이다. ‘금연하기’, ‘인사 잘하기’ 등의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금연 장학금 수여식 및 평생 금연선언식’을 통해 우리 대학은 쾌적한 면학 분위기 조성과 함께 학생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사 잘하기’ 역시 인성 교육 차원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타 대학 및 기관에서 우리 대학을 방문해 가장 놀라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인사하는 문화다. 대학 구성원 간의 인사뿐 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는 분위기가 잘 조성돼 총장으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직원들에게는 매 순간,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때로는 금방이라도 비를 적셔줄 거 같은 먹구름에서 비가 내리지 않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하얀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일의 결과는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사람 일도 마찬가지다. 어느 사람과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인연이 될지 모르기에 매 순간 정성을 다해야 한다. 교직원 한명 한명이 스스로 대학을 대표하는 일원임을 잊지 말고 매 순간, 모든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한 드라마가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입시정책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견해는.
“현재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40만 명 정도가 서울 노량진에 모여 ‘인간 유수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직업교육의 실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일반대 졸업생 상당수가 취업을 위해 전문대로 ‘유턴’하는 현상이 해마다 심화하고 있다. 능력중심사회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등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학벌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시 위주의 비생산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결국 ‘이론 바보’만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기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직업교육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전문대를 향해 엄격한 규제가 아닌 포용으로 일반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전문대가 지금껏 쌓아온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포석을 마련해줘야 한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어디서 일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훨씬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워런 버핏은 “이 세상에 성공적인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은 없다. 성공적인 직업인과 그렇지 못한 직업인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래사회를 주도할 키워드는 학벌이나 학력이 아닌 능력이다. 아울러 인생 이모작 시대에는 자신이 신명을 다해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꾸준히 축적해 자신만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극적으로 변화되는 순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적성과 흥미, 꿈과 끼다. 이것을 무시한 선택은 후회와 퇴보를 남긴다. 자신이 무엇을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하고자 하는 일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는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이기우 총장>

-1948년 경남 거제 출생

-부산대 교육학 석사

-경성대 교육학 박사

-교육부 기획관리실장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국무총리비서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現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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