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 연단에 서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지난해 5월 백악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민일보DB AP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협상 카드’는 북한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것들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상황에서 이른바 ‘외부 위협’을 최소화하지 못할 경우 경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침략전쟁 연습’으로 규정했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와 더불어 ‘전쟁장비’로 부르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은 지난해 9·19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를 약속했다. 남북이 사실상 불가침 선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뿐 아니라 북·미 간 적대관계를 완화해야 시급한 경제건설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이 대남 경계나 군사 훈련에 투입하는 군사력을 경제 건설로 돌리려면 그에 걸맞은 ‘평화 무드’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인민군 창설 기념일)인 지난 8일 인민무력성을 찾아 경제발전을 위한 인민군대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군 관계자는 11일 “북한군은 전쟁 상황을 대비하는 역할뿐 아니라 대규모 시설 건립에 투입되는 경제일꾼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 중지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평화 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한 모습.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문제는 북한의 요구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까지 함께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전체에 대한 신고·검증·폐기 절차에 합의할 경우 미국이 일부 경제 제재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 전개 중지를 북한이 충분한 상응 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핵심은 경제 제재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석유 관련 제재 해제와 철광석 등 북한의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 역시 영변 핵시설 포기만으로 강력한 대북 압박 수단으로 여겨온 경제 제재를 쉽게 풀어줄 가능성은 떨어진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폐기 조치를 함께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폐기 대상은 북한이 2017년 7월과 11월에 각각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화성 15형 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이다-경제적인 로켓”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미국이)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종착점을 향해 능히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한 대북 정책 관련 연설에서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10월 4차 방북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며 상응 조치를 북한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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