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일병이 입대한 지 6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선임의 가혹행위가 죽음의 원인이 됐지만 군이 사건을 방치하고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5시45분경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A일병이 생활관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전날 야근 당직 후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일병의 사촌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 입대 6개월 만에 동생이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동생은 명문대 영문학과에 입학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똑똑한 아이였다”며 사건을 털어놨다.

유족은 A일병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부대 내 가혹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동생은 같은 자대에 있는 4개월 선임인 상병과 그 위 상관인 소위에게 가혹한 괴롭힘을 당했다. 인격살인, 모욕, 언어폭력, 잦은 야근 지시와 과중한 업무, 하루에도 4-5회 반복되는 꾸중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괴롭힘 등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적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A일병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주임 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으나 부대 측은 “간부가 시키는 일은 하는 것이 맞다”는 식의 해결책 만을 제시했다. 아울러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사건을 함께 고발했던 A일병의 동기들에게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식의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해자들은 부대 내에서 격리돼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A일병 뿐 만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놨다. 청원인은 “다른 병사 두 명도 다른 소속으로 편입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2차 피해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동료들의 증언으로 실제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보직해임, 감봉 등 가벼운 징계 정도로 상황을 종결시킨다고 한다. 가혹행위는 있지만 가해자 처벌은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단순 징계가 아닌 근본적인 대책과 군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대 내 가혹행위를 더 이상 은폐하고 방치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며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지 아픈 곳은 없는지 노심초사 기도하던 고모(A일병의 모친)는 더 이상 자식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볼 수도 없게 됐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허망하게 시간만 흐르고 있다. (고모는)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책망하고 탓할 뿐”이라고 읍소했다.

20전투비행단은 A일병과 같은 부대 장교, 부사관, 사병 등 3명을 군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A일병을 포함해 부대원들에게 수시로 언어폭력을 가하고 부서원 간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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