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다. 머리에 동전만한 탈모가 군데군데 생겨 병원을 찾았다. 4학년 때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고 호전되었지만 이번에는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P는 어려서부터 순하고 착한 아이였다. 산만하고 고집 센 오빠와는 달리 양보도 잘하고 배려심이 많다는 칭찬을 받아왔다.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을 너무 배려해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을 종종 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오빠에게만 신경을 썼다.

기질이 강한 오빠는 사춘기가 되면서 반항이 심해져 갔다.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오빠는 의자를 던지거나 심지어 엄마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자주 겪다보니 보니 P는 소리에 민감해져 작은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곤하였다, 엄마의 짜증과 화를 온전히 받아줘야 하고 엄마와 오빠 사이의 소란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빠가 계셨지만 아빠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오빠가 심한 공격성을 보이기 전까지는 가정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결혼 초 감정 기복이 심한 아내와 지내는 게 너무 힘이 들어 일에 빠져들었고 일종의 도피처가 되었다. 엄마는 오빠가 태어나자 남편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아들에게 온갖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런 엄마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을 견디기 힘들었던 오빠는 사춘기에 심한 분노로 폭발하였던 거다.

착하다는 소리만 듣고 자란 P는 상담을 할 때도 매우 예의 바르고 공손하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이야기만 모법답안처럼 대답하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질 못하였다. 하지만 그림을 함께 그려 보았을 때는 삐죽삐죽 날카로운 이빨과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커다란 손을 가진 사람과 폭발하는 화산을 그리는 등 억압된 분노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말로 감정을 표현 하는 것은 P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져 감당하기 힘들었나보다.

조금씩 치료에 안전감을 느끼면서 가족에 대한 불만이 말로 터져 나왔다. P의 원형 탈모로 내원했을 때 가족은 모두 서로에 대해 불만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단지 기질적으로 유사한 엄마와 오빠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되었고 P와 아빠는 속으로 화를 누르며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먼저 엄마와 아빠를 상담하기로 했다, 부부간의 추적과 회피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있다는 걸 부부가 인지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받게 되니 이 고리가 다소 느슨해졌다. 아빠가 회피가 덜해지고 엄마의 공격과 비난이 나아지자 부부간에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니 오빠와 엄마의 다툼도 줄어들고, P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자신 있게 표현하면서 원형 탈모는 사라졌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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