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상 에세이] 어디로 갈까?

어쩌자고 종교개혁지 탐방 (3)


종교개혁지 탐방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유럽은 넓다. 그리고 종교개혁은 (우리로서는 곤란하게끔)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경중을 따져 선택을 해야 한다. 한 달씩 두 달씩 유럽 대륙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면 모를까, 우리 대부분은 그런 존재가 아니기에...


위 지도는 수많은 종교개혁지 중에서 일반적인 여행자가 짧은 기간 내에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뽑아본 것이다. 편의상 크게 네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 이탈리아 : 로마, 바티칸, 폼페이 등
▶ 체코, 독일 : 프라하, 타보르, 보름스, 바르트부르크, 비텐베르크, 하이델베르크 등
▶ 프랑스, 스위스 : 파리, 누와용, 상티, 라로셸, 스트라스부르, 바젤, 취리히, 제네바 등
▶ 영국 : 런던, 에든버러, 세인드앤드루스 등

각각의 모듈에 대한 설명을 해보자. 상세 지역 설명은 다음 글부터 도시별로 지역별로 연재하면서 자세히 살필 것이고, 여기서는 해당 모듈이 종교개혁지 탐방이라는 큰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만 간단히 소개하겠다.

“종교개혁 답사인데 이탈리아에 왜 가야하나? 거기서 무슨 종교개혁이 있었다고...” 이렇게 반문하는 분이 계실 것이다. 종교개혁지 답사에서 빠뜨리기 쉬운 지역이 이곳인데, 필자는 강력하게 권하는 지역이다. 왜냐하면 이곳을 봐야 종교개혁 “이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비포 애프터”이다. 종교개혁이란 중세 교회의 잘못을 고쳤다는 것인데, 무엇을 어떻게 고쳤다는 것인지를 현장감 있게 알기 위해서 이탈리아(특히 로마 바티칸)는 꼭 가보는 것이 좋다. 아울러 로마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로마 밑에 있는 폼페이 유적에도 다녀오면 좋겠다.

체코와 독일은 초기 종교개혁과 관련해서 가야 하는 지역이다. 유명한 종교개혁자 요한네스 후스가 활동했던 체코, 그리고 그보다 약 120년 뒤에 활동했던 마르틴 루터의 독일지역은 종교개혁의 모판과도 같은 곳이다. 특히 루터는 유럽에서 정치 문화적으로도 영향력이 커서, 비텐베르크에 있는 루터하우스 등의 박물관은 규모도 대단히 크고 전시물도 충실한 편이다. 그밖에도 여러 작은 도시에 루터 관련된 정보들이 흩어져 있어서, 단체 버스로 이동하는 편이 시간절약에 좋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루터 이후 칼뱅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 종교개혁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기존 종교개혁 답사 상품들은 주로 루터에게 집중해서 독일 지역을 돌아다니곤 하지만, 사실 프랑스와 스위스야말로 종교개혁 탐방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이 지역은 체코나 독일에 비해, 유럽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에 반해 쑥쑥 늘어나는 여행비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말이다.

영국은 유럽 대륙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 때문에 동선을 잡기 어려워서 주요 답사 코스에서 배제되기 쉽다. 따로 항공권을 끊어서 비행기로 건너가야 하고, 육로로 가더라도 도버해협의 지하로 뚤린 터널을 이용해서 아주 비싼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최대 교파가 장로교회이고, 장로교회를 탄생시킨 곳이 스코틀랜드라는 점을 생각하면, 영국은 뺄래야 뺄 수 없는 답사 지역이다. 여행 그 자체로도 정말 매력적인 곳이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영어를 쓰는 국가라서, 좀 더 심화된 답사 경험이 가능한 곳이라 하겠다.

이 네 지역을 모듈로 삼아서, 한 번의 답사에서 그 중에 1개 또는 2개의 모듈을 선택적으로 다녀오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여유가 있다면 모듈 3개까지 묶어도 되기는 하지만, 결국 일정에 쫓기게 되고, 한 번에 얻는 지식이 너무 많아봤자 좋을 것이 없으므로 비추. (머리에 남지도 않는다!) 단체 여행으로서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리다. 더구나 4개 모듈 모두를 한 번에 다녀오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만용이다. 강력히 반대한다. 그런 건 개인적으로 다녀오시길!

※ 물론 하나의 모듈에 제시한 모든 도시를 반드시 다 포함해야만 한다는 무슨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니, 몇 군데를 빼고 코스를 넓게 잡아서 3~4개 모듈에 속한 지역을 두루 돌아보는 방법도 가능은 하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동선이 길어지는 것이 문제다. 너무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내게 되며, 교통비도 따라서 치솟는다. 유럽이 쪼끄매 보여도, 드넒은 대륙이다. 차만 타고 다니다 올 것이 아니라면 욕심을 조금 버리고, 나중에 언젠가 한 번은 더 기회가 있겠지 생각하며 1~2개 모듈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동선 Sample - 2개 모듈을 응용하여 자유여행 동선 만들기

위에 제시한 코스를 활용해서, 샘플 코스를 하나 소개한다. 대부분은 루터를 감안해서 독일부터 코스를 짜시던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독일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여행 그 자체로서의 재미는 덜한 편이다. 아무리 답사 여행이라 해도 여행이란 게 재미가 있어야지, 공부만 한다고 되나. 그런 면에서 이 셈플은 수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필자 나름대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려는 시도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 기본적으로 유럽여행은 어느 도시로 들어가서 어느 도시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인/아웃 도시가 같으면 가장 깔끔하겠지만, 달라도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동선을 자유롭게 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제시하는 코스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인, 런던 아웃 코스이다. 독일항공도 가능하고 영국항공도 가능하고, 국적기(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연계 항공편도 있을 것이다.

▲ 프랑크푸르트 1일 – 하이델베르크 1일 – 스트라스부르 1일 – 바젤 1일 – 제네바 1일 – 파리 2일 – 누와용 1일 – 에딘버러 2일 – 런던 2일. 역순으로 도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순서가 종교개혁의 역사에 따른 시간 순서로 더 자연스럽다. 영국의 종교개혁이 시기적으로 가장 늦게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되겠다.

▲ 이렇게 하면 총 12일이다. 2주 내로(주일 한 번 빠지고) 다녀오기에 딱 좋다. 시간적 여유가 더 있는 경우 파리나 에딘버러, 런던 중에서 하루 이틀씩 늘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에딘버러에서 시간을 늘여서 세인트앤드류스를 하루 방문하거나, 런던에서 박물관을 차분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런던의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 입장이다!) 또는 파리에서 기차를 이용해서 라 로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도 멋진 경험이다. 필자는 라 로셸을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다만, 위그노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가야 한다. 추후 이어질 글에서 자세한 정보를 적도록 하겠다.

▲ 상세 일정 소개이다. 프랑크푸르트1은 실제로는 비행기 도착해서 자는 일정이다. 어차피 시차 땜에 새벽에 깨니까 아침 일찍 이동해서 하이델베르크 가기 전에 보름스에 들르면 좋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를 보고 거기서 자고, 스트라스부르는 다음 날 당일치기로 한다. 그리고 바젤까지 가서 잔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일정이 늘어지지 않는 한 그렇게 하는 게 좋다. 이유는 스트라스부르 숙소가 대체로 비싸기에... 바젤 중앙역 남쪽에 YMCA 민박이 가격대비 괜찮다. 이곳을 이틀 예약하고, 도착해서 바로 자고, 다음 날 하루를 바젤에 투자하고 밤에 또 거기서 자고, 다음날 제네바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제네바 숙소가 또 엄청 비싸므로!) 여기까지 여행의 전반부가 끝난다.

▲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여행이라는 게 점진적인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좋은 효과를 주도록 동선을 짜보자. 제네바 답사의 꽃은 종교개혁박물관이다. 이곳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다. 이곳 입장료와 함께, 성삐에르교회당 종탑 입장료, 그리고 지하 고고학박물관 티켓까지 포함해서 3in1 할인되므로 함께 구매하는 것이 좋다. 종탑엔 꼭 올라가서 제네바 구도심과 레만호수의 경치를 보자. 종교개혁 답사이므로 그걸 봐야 한다. 파리에서 에펠탑은 안 보더라도 노트르담 사원은 꼭 봐야 한다. 종교개혁 답사이므로 그렇다. 역시 루브르는 안 봐도 앙리4세 암살 장소는 가봐야 한다. 종교개혁 답사니까. 파리 근교 누와용은 칼뱅 생가 말고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가면 하루 종일 볼 것이 많다. 에딘버러와 런던은 이번 여행의 '정점'이다. 특히 에딘버러의 존 녹스 하우스와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무조건 가야 한다.

▲ 교통편은 주로 버스 대절 혹은 기차를 이용하게 되겠고, 파리-에딘버러는 저가항공, 에딘버러-런던은 기차가 좋겠다. 이렇게 하면 이동수단도 다양하게 경험하게 된다. 이상, 수많은 모듈 조합 중 하나의 셈플이었다. 이어지는 글을 읽으며, 다양한 셈플을 각자 구상해보자. 다음 글부터는 본격적으로 각 지역별 소개에 들어가겠다. 그 첫 순서는 종교개혁과 관련된 유럽의 수많은 동네들 가운데 20개 정도의 알짜 답사 지역을 ‘엄선’하는 일이 될 것이다.

황희상 (특강 종교개혁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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