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쿄 2300㎞, 일본과 화해하는 용서의 여정을 달리다

이성수 감독의 영화 ‘용서를 위한 여행’

영화 '용서를 위한 여행' 스틸컷.

요나는 니느웨로 가라는 여호와의 말씀에 저항하고 오히려 정반대인 다시스로 향한다. 이스라엘에 고통을 주었던 적국 앗수르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라는 명령은 도저히 지킬 수 없었다. 한국교회도 용서와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일본에만큼은 이 부분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미움과 증오로 남아있어 용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5월에 개봉하는 영화 ‘용서를 위한 여행’(감독 이성수)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 해소를 위해 12명의 라이더가 서울에서 도쿄까지 2300㎞를 34일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래 다음 달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껄끄러운 한·일 관계 때문에 개봉 날짜를 늦췄다.

근대화와 군국주의화 과정에서 일본은 도쿄에서 시모노세키까지 철도를 놓고 시모노세키에서 부산까지 뱃길을 열었다. 다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철도를 놓은 다음 정치가, 군인, 상인들을 실어날라 조선을 짓밟았다. 영화에서는 그 길을 거슬러 가며 지난 역사를 되돌아본다.


최근 서울 관악구 과천대로 스타트리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수 감독은 “용서할 수 없는 그 길이지만, 고통을 동반하는 자전거의 페달 밟기를 통해 용서하지 못하는 정욕의 마음을 십자가에 못 박으며 고난의 순례 여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용서를 위한 여행에 왜 자전거가 등장할까. 이 감독은 “자전거는 문명화가 덜 된 도구를 상징한다”면서 “우리가 주님을 만난 초심으로 돌아가 자기를 부정하고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자전거 타기를 통해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리길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일본과 일본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어둠의 경로를 추적한다. 신도와 이세신궁, 천황제에 이어 야스쿠니 신사에서 모든 의문이 풀린다. 한국교회도 일제가 강요한 신사참배로 스며든 어둠의 영의 뿌리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도 역사 왜곡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발견함과 동시에 일제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순교자의 영성을 조명한다.

영화 '용서를 위한 여행' 스틸컷.

영화에서는 양심 있는 일본인들도 함께하며 목소리를 냈다. 오야마 레이지(90) 도쿄성서그리스도교회 원로목사는 일제강점기에 한국교회에 신사참배를 강요한 것을 사죄하며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다. 일본의 신사와 한국의 신사 터를 발굴하며 회개 운동을 하는 다카모토 노조무(63) 신시로교회 목사도 일본이 과거의 죄를 단절하고 정결하게 서는 길을 제시한다.

“처음에 영화 제작하려고 할 때만 해도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역사 학습을 하고 현재 진행 중인 독도·교과서 왜곡·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을 접하면서 점점 일본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내면과 직면해야 했죠. 그래서 제목이 용서를 위한 여행입니다. 용서해야 하지만 나의 시야가 좁고 내 생각이 짧아 용서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도 왜 용서를 해야 할까. 이 감독은 용서하지 않으면 미움이 자신에게도 싹터 그것이 나를 죽게 한다고 했다. 또 주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마 6:14~15). 우리가 타인을 용서해야만 우리도 하나님께 잘못한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를 분열케 하는 미움과 증오를 죽이면 한국 사회와 교회가 살아날 것입니다. 크리스천부터 화해의 손길을 뻗어야 합니다. 일본이 당연히 밉지만 용서하지 않는 것도 죄입니다. 용서는 한국교회가 싸워야 할 과제입니다. 그래야만 다음세대에 믿음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어요. 용서는 우리 모두를 살게 하니까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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