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사민전정 협의체, 공청회, 물가대책위원회와 시의회 의견 청취 등을 거쳐 16일 오전 4시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했다. 지난 7일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다. 권현구기자

택시업계가 카풀서비스에 반발하며 카카오카풀을 향해 겨누던 칼날을 ‘타다’ 쪽으로 돌리고 있다. 최근 택시조합 간부가 ‘타다’를 검찰에 고발한 데서 나아가 택시 기사들은 ‘타다’ 기사들의 불법 영업을 적발하겠다며 불법 행위를 유인하는 방법까지 공유하고 있다.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인상된 16일 포털의 한 택시기사들의 블로그에는 ‘이제는 타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손님인 척 가장해 ‘타다’ 차량을 부른 뒤 기사들의 불법 행위를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방법이 설명돼 있다.

지난 11일엔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 9명이 ‘타다’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타다’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여 자동차(렌터카)로 불법 여객운송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쩌다가 ‘타다’는 택시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게 됐을까.

왜 타다인가

그동안 국내에선 여러 차례 카풀 서비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글로벌 업체인 우버를 비롯해 풀러스 등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지난해 12월 ‘카카오카풀' 서비스를 시범 출시했지만 택시 업계의 극렬한 반대와 정부·국회가 난색을 보이면서 서비스를 결국 중단했다.

그러나 ‘타다’만큼은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데이팅 앱 ‘비트윈’을 운영 중이던 기업 VCNC가 공개한 이 서비스는 카카오택시와 유사하다. 사용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차량이 배차되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승용차가 아니라 11인승 승합차가 온다는 것이다. ‘타다’가 11인승 승합차를 선택한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타다’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1~15인승 승합차에 대해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여객운수법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타다’ 서비스에 대해 “불특정 다수를 태우고 1인당 운임을 정하는 등 사실상 운송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법령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타다 홈페이지

‘타다’의 인기가 급상승한 건 공교롭게도 택시 덕분이다. 지난해 연말 택시업계가 카카오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타다’를 찾았다.

물론 요금은 택시보다 다소 비싸다. 최근 ‘타다’를 타고 여의도에서 약수동까지 이동을 해 봤다. 거리는 약 11㎞였다. 평소 택시를 타면 1만2000원 정도 나오는 거리지만 ‘타다’ 서비스를 이용한 뒤 카드사로부터 날아온 결제 문자 메시지에는 1만4800원이 찍혀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가격이 3000원 정도 비싼 편이다.

그러나 불평보다는 호평이 많다. 일단 요금은 자동차 대여비용과 운전비용을 합해 운행거리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길이 막힌다고 해서 요금이 올라가지 않는다. 심야 할증이나 콜 비용도 없다. 도로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 콜택시를 불러 이동할 경우 ‘타다’가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여기에 11인승이라 넓다. 승차거부도 없다. 반려동물 동승 서비스, 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등도 추가로 제공한다.

불법을 유도하는 방법(?)
이렇게 ‘타다’의 인기가 높아지자 택시업계에도 불안감이 고조됐다. 택시기사들은 ‘타다’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11인승 차량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불법은 곳곳에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에서 영업택시를 몰고 있다는 한 기사는 택시기사 카페에 도로를 배회하거나 골목길에 서 있는 ‘타다’ 차량을 눈여겨본 뒤 영상으로 촬영해 신고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타다’는 렌터카라 차고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콜을 받아야 영업에 나설 수 있다. 택시처럼 도로를 돌아다니다가 손님이 부르더라도 태울 수 없다. 지하철역 등 택시 승객이 많은 곳에 서 있어서도 안 된다.

해당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여의도나 강남 쪽 뒷골목에는 타다 차량 한, 두 대씩 꼭 있다”면서 “이들 차량이 차고지에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영업에 나서는지 확인한 뒤 신고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카페엔 좀 더 적극적으로 불법을 유도하고 있다.
한 기사는 “내 신용카드를 등록한 상태에서 ‘타다’를 불러 친구를 태워 보냈다”면서 “그러나 등록된 카드로 결제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타다’ 측에서 결제요청이 오면 이를 물증으로 남겨 차량 기사와 회사의 불법 영업을 신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처럼 ‘손님으로 가장’해 불법행위를 촬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현재 ‘타다’를 이용한 뒤 결제하는 방식은 하나다. ‘타다’ 앱에 인증을 거쳐 자신의 신용카드를 등록하지 않는다면 이용할 수 없다. 요금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등록해둔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따라서 결제된 요금은 회사로 들어간다.
‘타다’ 기사들은 사납금을 내지 않는 대신 월급을 받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일부 ‘타다’ 기사들이 호출이 들어오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한 뒤 호객행위를 해 승객을 태우고 ‘뒷돈’을 챙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타다’ 기사가 굳이 불법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차량에 ‘타다’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놓고 달리는 상황에서 법을 어겨가며 호객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렌터카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에 따라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조항을 마련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같은 법 제83조 및 제85조에 따라 6개월 이내 자동차의 사용제한과 제9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설사 호객행위를 하더라도 요금을 받으려면 카드 결제를 위한 포스 단말기를 설치하거나 현금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현금을 들고 다니는 승객은 거의 없는 데다 비용을 들여 포스기를 구비해야 한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관계기관 관계자는 “배회영업을 하거나 비용을 별도 결제하는 행위들은 타다 서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사의 일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 한 시민이 차도까지 나와 택시를 잡고 있다. 권현구기자

오히려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택시업계도 서비스 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최근 전국 성인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승차공유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4.2%는 승차공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번이라도 승차공유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들의 긍정적 응답은 88.4%로 늘었다.

더 이상 택시업계가 ‘생존권’ 만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없는 세상이 왔다는 뜻이다.

이날 택시를 이용한 김주리(34·여)씨는 “친구 돌잔치에 13개월 아들과 함께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면서 “하차할 때 가격이 오른 것을 알았는데 난폭 운전은 여전하고 서비스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왜 인상된 요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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