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설교의 기회로” 미래목회와 말씀연구원 박영호 원장의 ‘프로페짜이’

미래목회와 말씀연구원 원장을 맡게 된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 사진=우성규 기자

한국교회 위기를 설교의 기회로 삼아 극복해 보자는 모임이 출범한다. 오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개원 감사예배를 드리는 ‘미래목회와 말씀연구원(미목원)’이 주인공이다. 미목원 원장인 박영호(사진) 포항제일교회 목사를 지난 9일 서울역 인근 레스토랑에서 사전 인터뷰했다. 박 목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사도 바울과 초대 기독교 문서 문화 연구를 진행한 뒤 귀국 후 포항으로 내려가는 길에 국민일보와 만났다.

-말씀 연구원(Bible Forum)이란 이름이 새롭다.
“목회자의 말씀 사역을 돕는 게 핵심이다. 성경이란 본래 공동체에 주어진 말씀이다. 교회는 이 말씀을 함께 읽는 공동체이며 말씀의 의미를 함께 알아가고 함께 실천해 가는 공동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개인주의 문화가 심해졌다. 한국교회 개교회주의도 심하다. 설교자들은 ‘하나님 음성을 이렇게 들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게 유행이 되어 버렸다. 말씀을 자기 혼자만 자기식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때문에 함께 말씀을 읽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비전을 제시한다. 개별 교회의 목회자와 신학자, 출판사와 언론사 등이 함께 말씀을 읽고 유익한 생각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거다.”

-보다 구체화한 모델이 있는가.
“핵심 사역은 ‘프로페짜이(Prophezei)’이다.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스위스 취리히에서 울리히 츠빙글리가 제창한 것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두는 ‘예언자들’이란 뜻이다. 당시엔 성경을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연구하자는 것으로 목회자 설교 준비 모임을 일컬었다. 이를 한국에선 다소 변용해 10여명의 목회자 소그룹으로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그룹별로 매주 한 번 2시간 정도 모여서 성경 본문을 같이 읽고 묵상하고 토론한다. 토론한 내용을 가지고 각자 교회에 가서 각자 스타일과 다른 예화와 별도의 결론으로 설교한다. 성경 본문만 공유하고 큰 주제의식을 비교한 뒤 나머지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설교하고 후에 이를 비교하며 서로 자극을 받고 건강한 설교와 건강한 교회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성도들까지 개인화된 한국교회의 위기를 설교의 기회로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박 원장은 18일 장신대에서 진행하는 개원예배 후 오후 시간에 시험적으로 4개의 그룹을 나눠 프로페짜이를 실습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발제문에서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성공적인 목회의 모델을 찾아 헤맸지만 그런 모델은 없다”면서 “급변하는 오늘의 현실은 모든 것을 낡은 것으로 만들고 있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인적 자원이 세계교회와 비교해 매우 뛰어나다는 점도 덧붙였다. 박 원장은 “한국교회가 쇠퇴하고 엉망이라고 하지만 지적으로나 사회적 프로파일로나 열정으로나 평신도나 목회자들의 수준은 지금이 최절정기이다”라며 “교회가 욕을 많이 먹는 지금의 상황이 도덕성이란 자기 성찰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은 이런 훌륭한 인적 자원을 잘 조합해 활용할 때”라고 강조했다. 프로페짜이를 통해 누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받아들이고 하는 형식이 아니라 우수한 자원들이 모여 공급자가 되는 동시에 수용자도 되어 말씀을 함께 공유하는 주체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미목원은 말씀 연구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통과 통일시대 신학 준비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평신도 전문가 양성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와 매달 이슈를 정해 전문가에게 한국교회 나아갈 방향을 듣는 공개강좌를 기획하고 있다. 출판 및 언론과의 협업을 통해 기독교 시민사회의 지적 흐름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 소망교회 후원으로 ‘지혜의 샘’이란 공간을 얻어 기독교 시민사회 연대와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감당할 계획이다.


미목원은 김지철 전 소망교회 목사가 이사장을 맡았다. 장신대 교수 출신인 김 목사의 50대 이하 제자 그룹들이 대거 이사로 포진해 있다. 지금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인사들이 주축이지만 점차 한국교회 전체로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이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 등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박 원장은 “갈수록 교단의 경계가 무너지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동시에 서울뿐만 아니고 광주 포항 대구 부산 등 지역에서도 이런 소그룹이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