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소극적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발언 당사자들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징계가 아닌 ‘셀프 징계’에 그친데다 그마저도 전당대회를 이유로 실질적인 처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우선 급한 불은 껐으니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자”는 기류도 엿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7일 더불어민주당이 5·18 폄훼 논란을 빚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3명 제명안을 국회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내세운 것과 관련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 14일 비대위 차원에서 ‘5·18은 폭동’ 발언을 한 이 의원을 제명안을 의결했지만,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발언을 한 김순례 의원과 논란이 된 5·18 공청회를 공동개최한 김진태 의원은 2·27 전대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는 이유로 징계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 의원 제명 처분은 당규에 따라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확정된다. 나 원내대표는 “이 의원이 재심 청구할 수 있는 기한(24일)을 넘겨야 의총을 열 수 있다. 실질적으로 전대 전에는 의총을 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의원은 한국당에서 제명되더라도 의원직은 유지하게 된다. 당내 옹호 기류가 만만치 않아 의총이 열려도 찬성표가 3분의 2 이상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당이 나머지 두 의원을 징계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14일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한국당원들은 망언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환호한 반면, 징계 논의를 주도한 김 비대위원장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황 전 총리나 김 의원이 당권을 쥐게 될 경우 징계 논의는 없었던 일처럼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전대와 북·미 정상회담이 지나고 나면 조금 잠잠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윤리특위가 18일부터 이들 의원 징계 논의를 시작하지만, 실제 징계 가능성은 낮다. 한국당은 논란이 된 세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 추진에 대해 “당 징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이 세 의원 제명을 추진키로 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을 제명하려면 재적 의원(298명)의 3분의 2 이상(최소 199명)이 동의해야 한다. 여야 4당과 민중당, 진보 성향 무소속 의원 4명을 합쳐도 최소 18명의 한국당 의원들의 동조 표가 없으면 3인방의 제명은 불가능하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시스)


한국당의 소극적인 모습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에 살고, 더 망하면 인천에 산다)’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정태옥 의원에 대해 발언 3일 만에 당적을 정리했던 모습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선거일을 6일 앞둔 시점에서 당 대변인이었던 정 의원이 방송 토론에 나가 지역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자 한국당은 서둘러 정 의원 징계 논의를 서둘렀고, 사건 발생 3일 만에 정 의원의 자진 탈당 형식으로 거취를 마무리했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국단위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한 표가 급하니까 빨리 논란이 됐던 인사의 징계를 매듭지었던 것이고, 지금은 당원 대상 선거(전대)를 앞둔 시점이다 보니 징계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일부 당원들이 5·18 폄훼 발언을 한 세 의원 징계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니 당 차원에서 징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오히려 당내에서는 여권이 5·18 폄훼 논란을 정치공세에 이용하고 있으니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나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이것을 (여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세 의원 징계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민주적 징계절차 준수는 민주주의 국가의 공당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일처리를 할 수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추천한 5·18 진상조사단 조사위원을 청와대가 임명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저희로서는 자격 요건이 충분한 분들을 모셨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다”며 “다시 추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와 관련해 “한국당이 백배사죄하고 이해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가파식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 논평을 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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