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 한 주택에서 50대 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욕실 전선에 목이 매달린 상태였고, 복부 등에 흉기에 찔린 흔적이 상당수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시신이 발견된 숙소 침대에는 혈흔이 낭자했다. 피 묻은 흉기 두 점과 수상한 족적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외부인 침입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봤다. 유족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시점도 파악하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시신이 발견된 지 한 달여 만인 이달 17일 수사지원팀을 파견했다.

사망한 남성 A씨는 한국발전업체와 인도네시아 전력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에 파견돼 근무 중이었다. 그는 1986년부터 30년 넘게 동서발전에서 일한 베테랑이었다. 2017년부터는 인도네시아에 파견돼 새로 짓는 발전소의 시운전을 담당했다.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아 이웃과 교류가 많지는 않았으나 지인들은 그가 평소 온화한 성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큰 딸의 결혼이 예정돼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유족은 동서발전 측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씨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사망했다는 비보였다. 하지만 보르네오섬 반자르마신의 한 병원에 안치된 시신의 상태는 참혹했다. 온 몸에 흉기에 찔린 상흔이 남아있었다. 유족은 부검을 한 뒤 방부처리할 것에 동의했다. 이후 사건 현장에서 마주한 그의 침대에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경찰은 1차 부검 결과를 근거로 A씨가 질식사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목에 감긴 전깃줄이 사망원인이라는 것이다. 시신 발견 당시 숙소 뒷문이 열려 있었고, 몸 곳곳에 칼 자국이 있었으며, A씨와 발 크기가 다른 피 묻은 족적까지 발견됐지만 현지 경찰은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항의하는 유족에게는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유족은 한국 정부를 믿었다. 주 인도네시아 대사관과 외교부 문을 두드렸다. 한국 경찰을 투입해 공조 수사를 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정부는 “요청해보겠다”고 답했으나 진척은 없었다. 외교부는 지난달 말 인터폴을 거쳐 인도네시아 경찰에 공조 수사 의향을 한 차례 물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측 동의 없이는 한국 정부가 나설 수사권이 없긴 하나 자국민이 사망한 채 발견됐고, 피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미온적 대처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다 회사가 장례를 독촉하면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유족의 주장이 더해지자 파장이 커졌다. 지난달 23일 A씨의 조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모부가 타살 당한 흔적이 농후한데 회사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보다 유족에게 조속히 장례를 치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정부와 대사관에서 이모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여 이모부와 유가족들의 억울함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분통이 터지는 것은 무책임한 회사의 태도다. 회사는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현지 뉴스 기사를 보고서야 피살 가능성을 알게 됐다. 다음날 인도네시아로 가면서 회사 측에 사고가 맞냐고 거듭 묻자 그제야 회사는 ‘타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는 참혹한 이모부의 시신을 확인하고도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려 하지 않고,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사라는 주장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모부의 억울한 죽음에 관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회사와 경영진은 사건의 진상과 용의자 신상 파악은 도외시한 채, 이번 일을 쉬쉬하며 조용히 넘어가는 것에 급급해 조속히 장례를 치를 것을 종용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사관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정부와 현지 대사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비통한 슬픔에 잠긴 유족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SBS에 따르면 사건 해결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 인도네시아 대사가 인도네시아 현지 경찰청장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 측 수사 참여를 요청했고, 17일 한국 경찰 6인으로 구성된 수사지원팀이 파견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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