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웹툰 작가 기안84가 대표로 있는 ㈜기안84 구인 광고가 화제다. 특히 연봉에 관심이 모인다. 신입직원의 경우 3000만원, 경력직원은 3300만원 이상이라고 적혀있다. 한 달에 받는 돈은 207~220만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업계 평균보다 후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안84 펜선 어시스턴트 정규직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근무하는 주 5일제다.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여기 점심 시간 1시간이 포함된다. 당초 구인 공고에는 오후 9시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명시돼 논란이 일었으나 7시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안84도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직원들은 7시까지 일한다고 말했다.

학력, 나이, 성별 등은 채용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극화체·실사체에 자신 있거나 경력 있는 분’ 정도 조건이 붙었다. 아울러 직원들에게 연 2회 해외 세미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안84가 ‘나혼자산다’에서 직접 공언한 포상이다. 우수사원과 준우수사원에게는 현금 보너스도 지급한다. 입사경쟁률은 10대 1정도로 알려졌다.

웹툰 작가 대다수와 그의 업무를 돕는 어시스턴트(어시)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안84의 구인공고가 나간 후 “상당히 좋은 업무 환경”이라며 환호하는 목소리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게 어시 공고 맞느냐, 작가 공고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웹툰 작가 절반 가량(47%)이 한 달에 100만원을 채 벌지 못했다. 최근까지 한 웹툰 작가의 어시였다는 작가지망생에게 웹툰 업계의 사정을 물어봤다.

출·퇴근을 포함해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나요.
아니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연재되는 웹툰을 맡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메일을 주고 받거나 웹하드에 자료를 업로드하면서 소통을 했습니다. 저는 밑색을 칠하는 어시였는데요. 작가가 작업을 마무리해서 보내면 제가 받아서 색을 깔았습니다. 밤에 작업하는 작가가 많다보니 저는 주로 심야시간대에 작업을 했습니다. 작가마다 작업하는 시간이 달라서요. 지금 제도로는 어시에게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정규직은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스튜디오 식으로 회사를 차려서 웹툰을 연재하는 곳에서는 정규직 채용을 하긴 한다고 들었습니다. ㈜기안84가 처럼 인기 웹툰 작가일 때나 가능합니다. 대부분은 스튜디오, 회사 형태가 아니라 작가 개인적으로 어시를 채용하기 때문에 정규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보통 웹툰 연재는 1년에서 2년이면 끝나다보니 작가와 어시 관계도 오래 지속되기는 힘든 구조입니다. 차기작 연재를 시작하면서 다시 함께 일할 수는 있겠지만 드뭅니다. 중간에서 어시를 관리해주는 회사는 따로 없습니다. 제가 아는 어시는 전부 프리랜서였습니다.

채용방식은 어떤가요.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저도 지인 소개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기업 형태가 아니고서야 작가와 1대1로 작업합니다. 단순 어시의 경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물론 전문 어시도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작가를 담당할 수 있나요.
대학생인 어시는 보통 한 작가와만 일합니다. 낮에는 수업을 듣고 밤에는 일을 해야하니 시간이 부족해서요. 하지만 어시를 생업으로 하는 프리랜서의 경우 여러 작가와 함께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만 맞으면 가능한 구조로 알고 있습니다.

채용 계약서 관련 업계 관행은 어떤가요.
저는 따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요즘 웹툰 시장이 커지고 어시 수요도 늘어나면서 주변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1년, 2년 등 기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작품이 끝날 때까지’ 식으로 작품 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4대 보험이나 퇴직금이 없는 경우도 있나요?
없는 경우요?(웃음) 거의 없죠.

임금 책정 방식은 어떤가요.
업무마다 다릅니다. 스토리 어시, 펜터치 어시, 배경 어시, 보정 어시, 스케치업 어시, 밑색 어시 등으로 나누는데요. 펜터치 어시가 제일 많이 받고 단순 노동인 밑색 어시가 제일 적게 받습니다. 저는 밑색 어시였는데 회당 7~1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한 달에 40~50만원 선이었습니다. 펜터치 어시는 더 받는 것으로 압니다. ㈜기안84에서 채용하는 직무가 펜터치 어시일 겁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가 있나요.
성별에 차등을 두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안84는 신입 기준 207~220만원 정도라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어시가 그 정도를 받나요? 엄청 후하네요. 아마 단순 어시 업무 만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메인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작품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거나 이외의 업무도 함께 부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직장인 개념으로 해석하면 당연한거고요. 출·퇴근 시간이 있고 안정적인 월급이 나온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액도 적지 않고요.

㈜기안84에 대한 주변 평은 어떤가요.
이렇게 스튜디오식으로, 회사 차원에서 웹툰을 연재한다면 구성원은 훨씬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언제 일감이 끊어질까 염려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일을 몰아서 한다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요. 다만, 주변에서 이런 스튜디오가 얼마나 더 생기겠냐는 말이 있었어요. 스튜디오가 생기더라도 정규직 어시 채용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고요. 전문 어시가 많지 않고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식으로 어시 업무를 맡다보니 계속해 또 다른 어시를 채용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세금 문제도 있고요. 작가 입장에서 회사 설립을 꺼릴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지금은 업무환경 등을 조율해주고 보장해줄 사람이 없고, 계약도 꼼꼼하게 진행되지 않으니 어시의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웹툰 스튜디오, 회사에서 직접 어시를 채용한 뒤 작가로 성장시켜주고 또 다른 어시를 채용하면서 선순환된다면 좋겠지만 어시를 따로 관리하면서 작가와 연결해주는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할 것 같아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처음 연재하는 신인작가에게도 연 최소 3120만원을 보장하는 최저소득보장제도(월MG)가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MG제도는 작가보다 연재하는 플랫폼에 유리한 제도입니다. 작가입장에서는 불공정한 계약일 수 있죠. 이 제도가 현실을 반영해 제대로 개선돼 실행된다면 작가와 1대1로 계약을 맺는 어시의 처우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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