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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중독자를 위한 밥 한끼, 사북감리교회 ‘만메추다솜밥상’

2016년부터 매주 2회 50여명에 점심 대접… 본래 유도로 유명


정선의 한 교회가 카지노 도박 중독자들을 섬기고 있다. 카지노 도박장 인근을 떠나지 못하고 떠도는 이들을 위로하고 음식을 대접한다. 복음을 전하고 예배의 자리로 초대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 사북감리교회(김대경 목사) 이야기다.

정선에는 ‘도박 폐인’이 많다. 인생의 막장에 다다른 사람들이다. 이곳에 올때만해도 세상 다 가진 듯 비싼 호텔에 머물며 강원랜드 카지노를 드나들었던 이들. 하지만 하루아침에 돈을 잃고 잘 곳도 먹을 것도 없다. 이전에는 도박 때문에 가족을 등지고 집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등 져 갈 곳 없는 이들이다.

김대경 사북감리교회 목사는 “소위 대박을 꿈꿨던 이들의 말로는 비참 그 자체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자살 충동과 유혹뿐”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1억원 날린 것은 명함도 못 내밉니다. 10억은 기본이고 100억 원까지 날린 사람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전직 경찰관, 교사, 고위 공무원, 유명한 중소기업 사장, 대기업의 임원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은 게 없습니다. 가족들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들을 교회가 섬기기 시작한 것은 2016년 3월부터였다. 김 목사가 병원 심방을 갔는데 한 대장암 말기 환자가 “목사님 살려 주세요”라며 이 목사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장기 도박 중독자였다.

이후 김 목사는 이들 도박 중독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고민했다고 했다. 이들은 사실 도와줘도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입히고 먹이고 일거리를 만들어 주면 한 달 벌어 다시 카지노로 가서 가진 것마저 잃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이들을 돕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지만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고 품어주신 것처럼 이들도 품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김 목사와 성도들은 먼저 이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기로 했다. 또 목욕하라고 사우나 티켓을 나눠줬다. 밥상 이름도 지었다. 일명 ‘만메추다솜밥상’이다. 성경에 나오는 만나와 메추라기, 사랑의 순우리말인 ‘다솜’을 합쳤다. 현재 수요일과 토요일 50여 명에게 점심을 나누고 있다. 재정은 성도들이 만메추헌금이라는 항목으로 만들었다. “재정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지만 정성껏 쌀과 반찬거리를 사서 사회봉사부서가 밥상을 준비합니다. 그 한 끼의 식사를 통해 이들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장기 카지노 도박 중독자들은 자기 잘못은 없고 운이 나빠서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누군가 자기를 믿고 돈을 지원해 준다면 지금껏 알고 있고 준비한 ‘도박 노하우’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자신감이 충만하다. 처음에는 공짜로 밥을 먹으면서 반찬 타령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성도들은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지 않고 섬겨왔다.

그래도 1년이 지나자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만메추다솜밥상이 시작된 지 1년 즈음. 한 중독자가 김 목사를 찾아왔다. “목사님, 우리의 마지막이 어찌 될지 너무나 두려워요! 그래서 예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김 목사는 이 말을 듣고 너무 떨리고 기뻐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하나님의 사랑, 성도들의 헌신이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후 교회는 수요일 점심 전 오전 11시에 ‘수요일만메추다솜밥상 예배’를 드린다. 실제 예배를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회개하고 결단하는 이들도 생겼다.

지금까지 3명이 카지노를 하지 않겠다는 영구정지를 강원랜드에 스스로 신청했다. 이 중 2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수요예배 참석자도 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주일예배까지 나온다.

김 목사는 “역시 복음입니다. 역시 예배입니다. 역시 말씀과 사랑, 기도입니다. 이것이 이들을 변화시켰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지만 물 대신 예수 보혈의 피를 부으니까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중독자들이 회복됩니다. 카지노 중독자 섬김을 사명으로 알고 충성할 것입니다.”

사북감리교회는 사실 유도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2006년부터 지역 아이들을 모아 교회에서 유도를 가르쳤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뜻의 ‘가운 누리’ 유도부를 만들어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있다. 김 목사는 “지난해도 금메달 5개를 땄다”며 “이를 통해 지역 아동을 섬기고 교회도 크게 부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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