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녹취록이 최근 공개된 것과 관련해 SNS에 심경을 밝혔다.

박 지부장은 19일 인스타그램에 “그날 본 악마가 오늘 다시 더한 역한 모습이 되어 기억을 되살아나게 한다”며 “아프고 아픈 마음이다.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그런 고통의 순간”이라고 적었다.

전날 JTBC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땅콩 회항’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은 정황을 보도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2015년초 가사도우미가 자신의 옷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함을 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JTBC는 또 ‘땅콩 회항 조 전 부사장과 이혼소송중인 박모씨의 증언을 토대로 조 전 부사장이 유리제품을 가사도우미에게 던진 뒤 화가 나서 깼으니 월급에서 빼겠다는 식으로 갑질을 했다고 전했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과 횡포를 고발해온 박 지부장은 “그때 세상은 그들은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증명을 요구했고 나는 절망했다”며 “사실이 알려지고 난 이후 이미 그들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졌지만) 나에겐 고통의 지속만이 남았다”고 썼다. 이어 “그들이 득세해서 사는 세상”이라고 했다.

이는 재벌 총수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번진 사건이 연이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진 것을 비판한 대목이다. ‘땅콩 회항’ 당시 구속기소됐던 조 전 부사장은 2017년 대법원에서 항로 변경 혐의에 대해선 무죄판결을 받았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집행유예로 결론났다.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우 지난해 ‘물벼락 갑질’ 파문을 일으켰지만 폭행과 특수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현재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국적기와 소속 직원을 동원해 해외 명품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및 운전기사 폭행 등의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박 지부장은 대한항공에 복귀한 이후에도 조직 내에서 겪는 각종 차별과 스트레스를 여러 차례 호소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4월에는 뒷통수에 생긴 종양 수술 소식을 전했고, 대한항공직원연대를 결성하기 전 자신을 밀착 감시하는 사측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근에는 사측이 교묘하게 비행 스케줄을 바꿔 7일 연속 비행을 하고 있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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