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U가 최근 펴낸 보고서의 표지. 한국화이자 제공

한국 유방암 환자들의 사회 복귀가 해외 환자들에 비해 매우 저조하며 이로 이한 사회적 손실이 최근 15년간 7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북미 및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 여성의 유방암 진단 연령은 상대적으로 빠르지만, 암 생존자들의 일자리 복귀율은 제일 낮았다.
암 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사회적 장벽과 법적 보호장치 미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적 시장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은 글로벌제약회사 화이자 후원으로 진행된 ‘아시아 태평양 노동 인구 중 유방암 환자 및 생존자, 한국: 심화되는 문제와 이에 대한 초기 대응’을 주제로 한 한글 보고서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18년 8~9월 한국 유방암 생존자의 일자리 복귀를 주제로 실시한 인터뷰 및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한국의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을 비롯해 자이브 아미르 영국 샐포드대 암 재활 명예교수, 보그다 코츠와라 호주 애들레이드플린더스대 암혁신센터 종양 전문의학자, 안자 메흐너트 독일 라이프치히대 의료센터 심리사회 종양학 책임자, 레베카 V 넬리스 미국 캔서&캐리어스 상무이사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EIU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유방암 환자들의 사회복귀가 저조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환자 사회 복귀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하지만 “재취업은 회복에 의학적으로 도움을 주며 발암 인자가 아니다”며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한국인 유방암의 경우 발병률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생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15년 이상 생존율은 약 83%(1996~2000년)에서 92%(2011~2015년)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사망/발병비에서도 한국이 가장 양호한 수치를 보이는 국가로 조사됐다.


서구에 비해 진단 연령은 약 10년 가량 젊다. 국내 유방암 진단 연령 중앙값은 50세, 미국의 경우 62세다. 국내 유방암 진단 환자의 84% 이상이 진단 당시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65세 미만이었다.
반면 한국 유방암 생존자의 일자리 복귀율은 58%%로, 미국(80%) 캐나다(79%) 노르웨이(74%) 네덜란드(71%) 독일(59%) 프랑스(79%) 영국(82%) 등 북미 및 유럽 7개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았다.

이런 이유로 국내 유방암 생존자의 경력단절 등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 최근 15년간 약 7배 상승해 약 6420억원 규모(2014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손실 비중도 1999년 0.02%에서 2014년 0.04%로 증가해 향후 한국의 유방암 발생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광범위한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방암 생존자의 치료 후 일자리 복귀 문제는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일자리 복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의학적 치료 방법, 직장 내 대인관계, 정부 정책, 암 생존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국제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유방암 생존자도 일자리 복귀에서 다양한 사회적 장벽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미흡한 법률적 보호장치 등이 한국 유방암 생존자가 겪는 주요한 사회적 난관으로 분석됐다.

2017년 5월 국립암센터가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암이 있는 직원은 동료를 배려해 사내 행사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54%)’, ‘기업은 직무경험이 있는 암환자 보다 건강한 신규 노동력을 고용해야 한다(52%)’ 등 부정적 응답이 높았다.

한국의 암 생존자 사회 복귀에 대한 법률적 제도 개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법상 개인의 신체적 상태 또는 병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업무상 사유로 암이 발병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병가를 낼 수 없는게 현실이다.

또 직원이 질병으로 인해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도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해 보다 개선된 법률적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보고서의 자문을 맡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장 박연희 교수는 20일 “재취업은 회복에 의학적으로 도움을 주며 발암 인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같은 병원 암교육센터장인 조주희 교수도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정보가 상호 연관돼 발생하는 어려움이 암 생존자 사회복귀의 더욱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그동안 미온했던 암 생존자 지원정책에 뒤늦게 나서고는 있다. 2010년 국립암센터의 ‘암생존자 통합지원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제3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NCCP)을 수립해 암 생존자를 위한 서비스를 우선 순위에 두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조주희 교수는 “암 생존자에 대한 대책에서 아직 고용 문제가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암 생존자의 일자리 복귀를 돕는 요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