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 사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는 불법이고, 현 정권 환경부가 관리한 ‘체크리스트’는 산하 기관에 대한 정부의 적법한 권한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환경부 사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환경부 문건 개입 여부가 도마에 오르자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환경부 사안이 블랙리스트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할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인다”며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해 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3가지 관점에서 환경부의 산하기관 인사와 다르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민간인이 대상이었고, 환경부의 체크리스트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를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피해 규모를 따져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관리한 블랙리스트는 2만1362명이었고, 8931명의 문화예술인에게 피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보면 거론된 24개 직위 중 임기만료 전 퇴직이 5곳에 불과하다. 임기 초과 퇴직은 9곳 으로 2배 가량 많다”고 반박했다.

리스트의 작동방식도 쟁점이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때는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경유해 지원사업 선정에 반영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런 일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그런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 등 부처의 공공기관 인사방향을 보고받고 협의하는 것”이라며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일상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도 정상적인 업무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걸 문제 삼는다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의한 블랙리스트의 개념 으로 4가지를 꼽았다. ①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②계획을 세우고 ③정부조직을 동원해 ④치밀하게 실행에 옮길 것 등이다. 김 대변인은 “이번 환경부 사건이 이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도 엄밀히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의 해명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 문건 논란은 지난해 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관련 내용을 폭로했고, 자유한국당이 김 전 장관 등을 고발해 검찰이 수사하면서 불거졌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김 전 수사관이 가져온 문건은 특감반 보고 선에서 그쳤다”며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그 문건에 관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아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문건과 인사수석실 등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권한을 행사한 문건이 다른 문건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블랙리스트와 체크리스트의 차이로 제시한 세 개의 조건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이 리스트로 인한 피해자 규모나 일부 사업 지원 배제가 아니고 공무원에 대한 ‘표적 감사’에 있는데 청와대의 해명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지시해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하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김 전 실장 2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여 면직하는 것은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직업공무원 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결국 청와대가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인사 대상도 공무원이었다고 해명하는 것은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윗선에서 솎아낸 전 정부와 다른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 검찰이 관련 건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겠다. 수사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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