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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상 에세이] 로마: 고대, 중세, 현재를 마을버스처럼 오가는 타임머신

어쩌자고 종교개혁지 탐방 (4)

지난 글에서 종교개혁지 탐방으로 유럽을 어떻게 둘러볼 것인지, 아래 표와 같이 4개 모듈, 20개 도시를 소개했다. 앞으로 이 도시들을 중심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이미 강조했듯이, 이 지역에 왜(Why) 가야 하는가, 가서 무엇을(What) 볼 것인가, 어떻게(How) 돌아보면 좋을까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종교개혁과 관련하여 만약 여러분이 생각한 도시가 목록에 없어 의아하시다면, 그것은 필자가 안 가봤거나, 잘 모르거나,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한 까닭이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 이탈리아 : 로마, 바티칸, 폼페이
▶ 체코/독일 : 프라하, 타보르, 보름스, 바르트부르크, 비텐베르크, 하이델베르크
▶ 프랑스/스위스 : 파리, 누와용, 상티, 라로셸, 스트라스부르, 바젤, 취리히, 제네바
▶ 영국 : 런던, 에든버러, 세인트앤드루스

첫 순서는 “로마(Rome)”이다. 로마와 바티칸을 묶어서 세 편의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보통 로마는 “종교개혁 답사” 상품에서 빠지는 코스이다. 거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로마는 주로 종교개혁의 대상이었지, 유명한 종교개혁자의 활동 무대가 아니었다는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아무래도 이탈리아의 지리적 위치가 남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겠다. 알프스산맥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데, 이러면 주요 종교개혁지 탐방 동선에서 너무 벗어난다. 이동 거리의 증가는 곧바로 시간과 돈에 직결된 문제라서, 코스에 포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마에 가봐야 한다. 로마는 유럽의 시작이자, 유럽여행의 시작이고, 종교개혁의 시작이기도 하다. 루터가 기존 교회의 문제점을 인식한 결정타도 로마에서의 경험이었다. 1511년에 로마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교회의 모습이 루터의 심장에 종교개혁의 불을 지폈다. 종교개혁 이전의 교회가 어떠했는지, 정말로 종교개혁이 필요한 상태였을지, 종교개혁이 무엇을 개혁했다는 것인지를 직접 몸으로 느끼기 위해 로마부터 가보자.

로마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다. 웬만한 곳은 다 걸어갈 수 있다. 아래 지도는 필자가 단 3일간 돌아다닌 장소를 표시한 것이다. 볼 것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보이지만, 죄다 근처에 몰려 있어서 도보로 답사하기 좋다. 물론,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다. 평면적 지도만 보고 가서는 큰코다치는 것이, 울퉁불퉁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라서 욕심껏 걷다 보면 뜻밖에 체력전이 된다. 로마는 일곱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임을 기억하자. 동선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럽다. 하지만 다 해봐야 3일이면 된다. 중요한 장소들을 시대별로 정리해서 아래 세 코스로 추천할 수 있겠다.

1. 고대 로마 유적 3종 세트 : 팔라티노, 포로로마노, 콜로세움
2. 중세 로마의 위세 느껴보기 : 바티칸, 산탄젤로성, 판테온, 누오바성당 등
3. 주요 관광지에서 근·현대 로마 즐기기 :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트라스테베레 등

* 위 순서는 시대순이다.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곳이다. 만약 로마에서 3일을 보낼 수 있다면 걱정이 없지만, 실제로 탐방 코스를 짜다 보면 하루나 이틀만 머물고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럴 때는 눈물을 머금고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데, 종교개혁 탐방이라면 2번을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1. 고대 로마 유적 3종 세트: 팔라티노 언덕 + 포로 로마노 + 콜로세움
우선 로마라고 하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건축물이 있을 것이다. 바로 콜로세움이다. 그런데 콜로세움의 매력은 내부에 들어가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콜로세움을 보려고 로마로 몰려들기 때문에 줄을 길게 서서 입장하기가 쉽지 않다. 성수기에는 티켓을 사는 데만 1시간씩 줄을 서기도 한다. 여기서 ‘꿀팁’이 있다. 콜로세움에서 줄을 서지 말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팔라티노 언덕 매표소로 가자. 그곳엔 사람이 거의 없다. 거기서 고대 유적 3종의 티켓을 세트로 사서, 팔라티노 언덕 >> 포로 로마노 >> 콜로세움 순으로 답사하자. 조성된 시기를 봐도 이 순서가 맞는 데다가, 이렇게 하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 빨리 보면 3시간 정도에도 볼 수 있으므로 아침 일찍 움직여서 오전에 끝내자.

로마의 시작, 팔라티노 언덕
팔라티노 언덕 매표소를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2천 년을 거슬러 고대 로마로 순간 이동을 하게 된다.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은 물론, 있었던 사람도 이곳을 처음 보면 십중팔구 깜짝 놀라게 된다. 2천 년 전의 로마라고 하면 고작 2~3층 규모의 건물이 많고 듬성듬성 콜로세움처럼 거대한 랜드마크를 몇 개 지은 정도겠지 상상하던 것이 여기서 다 무너진다. 이곳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거대한 궁전 터와 관공서,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공공시설물 지구가 밀집되었던, 고대 도시의 ‘다운타운’이었던 것이다.



팔라티노 언덕의 비탈을 끼고 웅장하게 세워진 고층 빌딩들의 거대한 골격과 기단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곳의 구석구석을 다 다니기엔 너무 넓은 지역이니, 주요 동선만 따라서 답사하자. 다만, 이곳에 있는 박물관에는 꼭 들어가자(무료입장). 고대도시 로마에 대한 여러분의 상상력의 폭을 열 배 스무 배 확장시켜 줄 것이다. 또 이곳에서 보여주는 자료들을 잘 봐두면 다음 코스 ‘포로 로마노’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언덕의 끝까지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아래로 펼쳐진 포로 로마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략 분위기를 파악하고 아래로 내려가자.

포로 로마노 Foro ROMANO: 고대도시 로마의 ‘광화문 광장’
포로 로마노의 '포로 Foro'라는 말은 광장(Forum)이란 뜻이다. 로마 시대 당시엔 신전 제단을 중심으로 터를 닦아 사람들이 모였고, 그 주변에 목욕탕을 비롯한 상업 시설이 즐비했다. 갑자기 진지하게 목욕탕이라고 하니까 우스워 보이지만, 목욕탕은 당시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이었다. 라디오나 TV가 없던 시절에는 중요한 회의가 필요하거나 시민들에게 뭔가를 알릴 때 이 광장을 이용해야 한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포로 로마노. 로마 신전을 기준으로 또 다른 신전, 공회당, 목욕탕, 마켓 등이 이 광장에 들어서 있다. 인근의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는 복원도를 보면, 이곳 광장과 주위 골목들은 사람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아케이드가 얹어진 모습이다. 오늘날 비슷한 장소로는 삼성동 코엑스 구역이나 여의도 IFC몰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곳을 다닐 때는 ‘상상력’이 좀 필요하다. 팔라티노 언덕의 박물관에서 본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이곳의 건물들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그려보자. 타임머신이 따로 없다. 다만, 스스로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는 말자. 다음 코스 ‘폼페이’에 가서 더욱 잘 보존된 유적을 보면서 보충하면 된다.


▲포로 로마노에서 볼 수 있는 개선문. 유대를 멸망시킨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이다. (근처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혼동하지 말자!)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여기서 쓸쓸한 패배자로 묘사된 유대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드넓은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는 정복한 지역의 종교와 문화를 인정해주면서 흡수 통합하는 정책을 썼다. 로마가 수많은 신을 인정하고 함께 모시게 되었던 이유도 그것과 관련된다. 그런데 유대는 이런 흡수 동화 정책에 따르지 않았으니 얼마나 골칫거리였을까.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콜로세움은 우리에게 기독교인들이 희생당했던 장소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로마 사람들의 저 대단한 집념의 결과물이 바로 이 경이로운 건축물이다.

이곳은 밖에서 봐도 충분히 멋있지만, 진정한 매력은 내부에 들어가 봐야 느낄 수 있다. 기가 질릴 정도로 늘어선 줄 때문에 입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에서 티켓을 미리 구매한 우리는 걱정이 없으니 꼭 들어가자. 그러면 밖에서 볼 때는 못 느꼈던 입체적인 구조가 느껴지면서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관중들의 함성을 듣고 공포에 떨며 지하실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자, 로마에는 놀라운 고대의 유적들이 훨씬 더 많이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종교개혁 탐방이므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로마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라, “바티칸”으로 떠나보도록 하자.

황희상 (“특강 종교개혁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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