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도로개설 작업 중이던 남북 군 관계자가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에 찍은 사진이다. 국방부 제공

지난해 9·19군사합의 체결 이후 일사천리로 이행돼온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고 있다. 북한이 이달 말 북·미 정상회담에 ‘올인’하느라 관련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20일 “북한은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 있을 만큼 폭넓은 대외 인력 풀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 북·미 정상되담 준비에 대남 인력까지 투입돼 있어 북한이 9·19군사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해 9·19군사합의 이행 일정을 대부분 지켰다. 합의 체결 다음 달 곧바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지뢰제거를 시작했으며,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열린 남·북·유엔군사령부 3자협의체 회의도 착착 진행됐다. 11월 1일부터는 남북이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합의가 이행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행된 군사합의는 남북 민간선박의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해도(海圖) 제작을 마무리한 것뿐이다. 지난 1월 30일 남측이 이 해도를 전달하기 위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3)에서 북측과 만난 것이 남북 군 당국 간 마지막 대면 접촉이었다. 남·북·유엔사 3자협의체 회의도 지난해 11월 12·13일 JSA 감시장비 재배치를 논의하기 위한 중령급 실무회의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열린 남·북·유엔사 3자협의체 3차 회의에 참가한 3자 대표들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역시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은 9·19군사합의를 통해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남북군사공동위가 휘발성 큰 군사 사안을 논의하게 되는 만큼 남북 양측이 이를 서둘러 가동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은 남북군사공동위에서 양측의 무력증강뿐 아니라 서해 평화수역 범위 등에 대해 협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공동위에선 앞서 이행된 군사합의 사안에 비해 민감한 문제가 많이 다뤄지기 때문에 북한 역시 이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동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합의 이행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남북 군 당국뿐 아니라 여러 채널로 진행돼온 남북관계 개선 협의가 사실상 중지됐으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그 속도가 빨라지거나 일부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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