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어려움을 듣겠다며 정부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거절하면 신고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는 중소기업 ‘직장맘’ 10명과 이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개인병원에 근무하는 A씨는 이 자리에서 “육아휴직을 쓰려 하니 병원에서 퇴사를 권했다. 결국 육아휴직 기간 발생하는 퇴직금을 포기하고 휴직 후 복귀하지 않는 조건으로 육아휴직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 장관은 “사업주가 육아휴직 거절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라. (육아휴직이) 필요한 본인들도 노력을 해야 회사 분위기가 바뀐다”고 말했다.

장관의 ‘조언’에 당황한 A씨가 “병원 요구로 각서도 쓰고 사인도 했는데 법적 효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장관은 “그건 민사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단축근무를 요청했다가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전 출판사 직원 B씨의 하소연에도 “고용부 근로감독과에 진정서를 내거나 직접 신고하면 개별사건으로 처리해주는데 B씨가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화로 문의하지 말고 자세한 경위를 써서 제출하면 근로감독관이 바로 (고용주를)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의 말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현실에서 직장인이 사업주를 직접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이날 위원회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여성을 따로 모은 것도 일과 육아를 병행토록 하는 제도가 유독 중소기업에서 작동하지 않아서다. 이 장관의 얘기를 듣던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도 “장관님이 고용주를 고발하라는데 그건 회사 관둘 걸 각오해야 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에선)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 관계자는 “간담회 목적이 정책을 논하자는 것이었지 직장맘 민원을 해결해주는 게 아니었는데 민원이 제기되다보니 이 장관이 답을 내놓은 것일 뿐”이라며 “장관의 의도는 사업주를 고발하라는 게 아니라 직장맘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으라는 의미”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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