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직원 폭행과 갑질 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전횡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CNN은 22일 서울발 기사에서 이 전 이사장을 비롯해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행보,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등 한진 총수일가 갑질에 맞선 직원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전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 전 이사장이 운전기사 등 직원들에게 욕설을 내뱉고 폭력을 휘두른 정황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 약속장소에 늦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며 얼굴에 침을 뱉었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정원용 가위와 화분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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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녹취록에는 그가 2015년초 옷을 가져다주지 않은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죽어라”고 욕설을 하며 고함을 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CNN은 한진 총수일가의 행태를 ‘왕조’ 시대에 비유하며 “이 전 이사장을 둘러싼 혐의는 악명높은 조 전 부사장의 ‘땅콩 분노’ 사건에 뒤이어 터져나온 것”이라며 “갑질에 대한 국민적 논란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지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이사장은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라며 “대한항공 내 만연해있는 총수일가에 대한 두려움이 직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총수일가의 전횡과 갑질의 기원이 한국 특유의 ‘재벌’ 구조에 있다고 진단했다. 총수일가가 장악한 그룹 이사회 등 폐쇄적인 의사결정구조에 의해 대기업이 좌지우지되면서 직원들을 노예 취급하는 문화가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등 재벌 총수일가의 갑질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했다. CNN은 “조 전 부사장의 경우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몇 달간 구속됐지만 대법원에서는 항로 변경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고 박 지부장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했다.

CNN은 그러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뒤 직원 수백명이 광화문에서 총수일가의 갑질 경영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후 대한항공직원연대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 대한항공직원연대를 중심으로 총수일가의 갑질과 전횡을 저지하려는 직원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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