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보여준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철도 연결

글=송민근(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북-미 정상은 북핵 관련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이 결과에 대해 여러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작년 4・27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공동선언에 이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남북 및 북미관계에서 평화 협력의 기회와 가능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과 유라시아 북동지역에 대한 개발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크게 이슈가 된 것 중 하나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상경로 이동이었다. 김정은 위원장 전용열차는 평양을 출발해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을 거쳐 중국에 진입했고, 이후 중국을 종단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동한 경로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의 외교・통일 정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동시에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은 2013년 이후 유라시아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사업 시작단계에서 유럽과 아세안을 주된 협력 대상으로 보았고, 일대일로의 방향은 대부분 중국을 기준으로 유럽이 있는 서쪽과 아세안이 위치한 남쪽을 향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한반도 및 유라시아 북동지역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일대일로 차원에서 북한과 철도, 도로, 통신망 연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동북아 경제회랑’이라는 표현도 사용한 바 있다. 북한 노동신문도 2018년 10월 이례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특집기사 형태로 소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과 북한의 변화는 한국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의 주된 협력 범위를 한반도까지 확대할 경우 북한 지역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북한의 철도 등 각종 사회 인프라를 개선하려면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고, 한국 예산만으로 이를 추진하는 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 중국이 자금을 투입하는 일대일로가 보완책으로 검토될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가 “북한이 AIIB 회원국은 아니지만 회원국 3분의2이상이 동의하면 개발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는 중국의 북한 지역 개발의지 및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언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상당 지역은 인프라 개발 후 투자금이 회수되기까지의 기간이 매우 불투명하고, 실질적 사업 추진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투자를 받은 후 부채 상환 부담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 파키스탄, 네팔, 캄보디아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사업 추진 시에는 시작 단계에서 자금계획, 상환방식 등을 분명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베트남 하노이까지 육상 경로로 이동함으로써 북한이, 그리고 우리 관점에서는 한반도가 단절된 섬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임을 세계에 생생히 보여줬다. 북한이 개발되면 유라시아 육상이동이 가능해짐을 많은 이가 실감하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북한 전용열차를 이용해 약 65시간 만에 베트남에 도착했지만, 고속열차를 이용하면 중국 종단 시간을 4분의 1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한국,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앞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다.

필자는 2000년 겨울, 중국 베이징에서 베트남 남부 호치민까지 열차로 이동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열차 사정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약했다. 만차(慢車‧완행열차)로 중국 난닝의 국경지대까지 가는 데 며칠이 걸렸고, 열차 바닥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가득했다. 잠시만 자리만 비워도 내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기 일쑤였다. 이후 갈아탄 베트남 열차 상황은 더욱 열악해 속도가 자전거 수준에 불과한 구간이 반복됐다.

사람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기차가 역에서 출발할 때 텅텅 비어있던 객실은 잠시 후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로 북적였고, 다음 역에 정차하기 전 다시 텅 비곤 했다. 열차표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들이 뛰어서 열차에 탔다가 역에 도착하기 전 다시 뛰어 내렸기 때문이다.

이렇던 중국과 베트남이 채 20년도 지나기 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다.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사회주의 국가이며,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도 베트남처럼 빠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또한 중국과 베트남 같이 개혁 개방을 통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북한이 어떠한 모델로 나아갈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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